2013. 7. 13. 11:22

홍익표 사퇴 귀태 논란 박정희 비판은 결코 수용할 수 없다?

민주당 홍익표 대변인의 '귀태' 발언이 정가에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의 이야기를 담은 <다카키 마사오 박정희에게 만주국이란 무엇이었는가?>라는 책에 적힌 '귀태'라는 단어를 끄집어냈다는 이유로 새누리당은 불같이 화를 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박정희를 언급하는 것은 결코 안 된다는 것이 그들의 신념인 듯합니다.

 

새누리당 귀태 발언으로 정국 주도권을 가져가겠다?

 

 

 

 

국정원 정국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최악의 상황입니다. 국가정보원이 특정 인물을 대통령으로 옹립하기 위해 불법선거에 나선 사건은 결코 좌시할 수 없는 거대한 범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여기에 이명박의 4대강 사업이 대운하를 위해 대 국민 사기극이라는 사실이 다시 한 번 밝혀지며, 이명박근혜 정권에 대한 대국민 분노는 극심해지고 있습니다. 

 

'귀태'(鬼胎)는 '두려워하고 걱정함', '나쁜 마음' 정도로 알려진 단어입니다. 하지만 홍익표 대변인이 언급한 '귀태'는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를 언급한 서적 <다카키 마사오 박정희에게 만주국이란 무엇이었는가?>에 언급된 내용을 재인용한 것이었습니다. 일어로 출판된 <흥망의 세계사>중 만주 부분만 따로 발췌해 한국계 재일 학자 강상중 현무암 교수가 쓴 <다카키 마사오 박정희에게 만주국이란 무엇이었는가?>에 적힌 귀태가 새누리당에게는 오히려 공격의 빌미가 된 듯합니다.

 

"책에 '귀태'라는 표현이 있다. 귀신 귀(鬼), 태아 태(胎)를 써서, 그 뜻은 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들이 태어났다는 것이다. 일본이 제국주의를 위해 세운 만주국의 귀태가 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다"

"아이러니하게도 귀태의 후손들이 한국과 일본의 정상으로 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1일 브리핑을 하는 과정에서 이 책에 언급된 '귀태'를 인용한 부분이 새누리당과 청와대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그 내용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의 폐부를 찌르는 공격에 물려고 달려드는 모양새입니다. 

 

아무리 거대하고 힘을 가졌다고 해도 현재의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궁지에 몰린 쥐와 다름없습니다. 이명박의 대운한 대국민 사기극에 이어, 국정원 불법 선거개입과 국정원의 NLL 발언까지 이어지며 국민들의 분노를 불러온 그들은 더는 도망칠 곳도 없는 존재입니다. 이런 상황에 홍익표 대변인의 강력한 발언은 그들의 근간을 흔든다는 점에서 참기 힘들었을 듯합니다. 

 

다양한 논란에 침묵으로 일관하기만 하던 청와대가 이번 발언에 재빠르고 강도 높게 대응하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감히 박정희 대통령을 건드리다니"라는 감성이 잔뜩 묻어나는 모습이었습니다. 청와대가 이번 발언에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과 이에 따른 '청와대 책임론'을 희석하는 효과를 봤습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 내용이 문제는 아닙니다. 사실을 그대로 적시했다는 점에서 이게 문제일 수는 없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그가 거대 야당의 원내대변인이라는 점에서 발언을 신중하게 해야만 했습니다. 새누리당이 어떤 공격을 해올지 충분히 감안하지 못하고 그들에게 공격을 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이는 큰 잘못입니다.

 

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는 '귀태다'라는 발언은 결과적으로 정국 주도를 청와대가 가져갈 수 있는 빌미를 마련해주었습니다. 새누리당의 어설픈 대응 전략에 청와대는 박정희 발언에 대해 강력한 방어를 하며 새누리당을 일사분란하게 만들어냈습니다. 역으로 그동안 새누리당이 국정원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이유가 청와대의 침묵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청와대에서 현재의 정국을 완전히 주도하고 있음이 이번 박정희 귀태 발언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점에서, 국정원 불법 선거개입과 국정원의 NLL 발언 등에 대한 문제 역시 청와대에서 찾을 수 있음은 명확해졌습니다. 현재의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열쇠를 청와대가 쥐고 있음을 이번 논란에서 정확하게 그들은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4대강 사업 감사 결과에 대한 새누리당 내 친이계의 불만마저 잠재운 귀태 논란은 청와대의 강력한 힘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현재로서는 민주당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궁지에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은 아쉽습니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현재 논란의 해법 역시 청와대에 있음이 명확해졌습니다.

 

새누리당은 그저 청와대의 지시에 따르는 존재들일 뿐이라는 확신을 심어준 만큼 국정원 불법 선거개입과 연이은 국정원의 NLL 발언, 4대강 대 국민 사기극 등 충격과 공포의 사건들을 풀어낼 수 있는 모든 힘은 청와대의 결정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음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청와대는 '귀태'발언으로 현재의 정국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돌려놓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는 곧 청와대가 현재 산재한 문제를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여전히 많은 국민들은 촛불 집회를 통해 국정원 불법 선거개입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청와대는 박정희에 대한 귀태 발언만큼 즉각적인 답변과 엄중한 수사를 시작해야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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