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 4. 11:29

중앙대 청소노동자 탄압, 비정상의 정상화가 바로 이런 노동자 탄압인가?

가장 교육적인 장소에서 벌이는 반 교육적인 행동이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고 있는 것은 한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역사를 왜곡한 교과서가 교육 현장에서 강요당하고, 이를 집권 여당이 옹호하는 현실이 바로 우리의 모습입니다. 이것도 모자라 대학에서 대자보를 붙였다는 이유로 1회 당 100만원을 내라는 중앙대의 모습은 망가진 교육 현장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습니다. 

 

교육 현장까지 무너진 대한민국 비상구는 존재하나?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하지만 대한민국의 교육은 십년지대계도 아닌 일년지대계도 안 된다고 이야기가 되고는 합니다. 교육 정책이 제대로 되지 않는 사회는 결코 먼 미래를 계획할 수 없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는 그만큼 암울해 질 수밖에는 없습니다.

 

 

교육 현장이 엉망이 되어버린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더욱 악화되어가는 우리 사회의 적나라한 속내는 최근 대자보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고려대에서 시작한 '안녕들하십니까'는 전국의 대학과 고등학교, 중학교에서 하나의 유행처럼 이어져왔습니다. 그리고 이런 대자보는 교학사 교과서 채택과 관련된 항의를 행위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대자보는 자신의 주장을 내세울 수 있는 가장 원시적이면서도 기본적인 행위입니다. 그리고 그런 대자보를 통해 서로 소통하고 이해의 폭을 넓혀간다는 점에서 이는 탄압이 아니라 권장 되어야만 하는 가치입니다. 하지만 이런 대자보를 붙이면 100만원씩 벌금을 내라는 소송을 건 중앙대는 과연 교육의 전당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대학에서 대자보를 붙인다는 이유로 거액의 벌금을 요구하는 것이 정상인지 당혹스럽기만 합니다.

 

논란의 시작은 지난해 9월 결성된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역서비스지부 중앙대분회 소속인 중앙대 청소노동자가 지난달 16일부터 용역회사의 노조 탈퇴 요구에 저항하고, 근무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면서부터입니다. 이 과정에서 청소노동자들은 학생들을 상대로 "청소를 못 해줘 미안하다"는 대자보를 써 붙여 화제가 됐었습니다.

 

대자보가 큰 반항을 일으키자 중앙대는 청소노동자들의 농성에 대해 지난달 23일 '퇴거 및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대자보와 노래에 대해 회당 100만원씩을 내라는 간접강제신청을 법원에 냈습니다. 이런 사실들은 지난 3일 한겨레 기사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청소노동자들이 대자보를 붙이거나 노래나 구호를 부를 경우 '1회 100만원을 내라'는 간접강제신청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많은 이들에게 경악스러움으로 다가옵니다. 대학이라는 공간이 공부를 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사회를 바라보고, 사회와 소통하는 공간의 역할도 한다는 점에서 중앙대의 이번 행위는 그 모든 것을 파괴하는 반 교육적인 폭력이나 다름없습니다.

 

한 달 100만원이 조금 넘는 월급을 받는 청소노동자들에게 자신의 제대로 된 권리를 요구한다는 이유로 벌금을 100만원씩 부가하겠다는 중앙대는 비정상이라고 밖에는 볼 수밖에 없습니다. 박 대통령이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꾸겠다고 했는데, 그들에게 비정상과 정상이 기준이 무엇인지 되물을 수밖에는 없습니다.

 

가진 자들을 위한 모든 것은 정상이지만 노동자들과 가지지 못한 자들의 외침은 모두 비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지배 권력이 존재하는한 이 비정상적인 일들은 수없이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100만원 조금 넘는 월급에 최소한의 권리조차 박탈당한 청소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는 행위를 비난하는 것은 이 사회가 얼마나 비정상인지를 잘 보여주기만 합니다.

 

친일을 미화하고 독재를 정당화하는 교과서를 거부하는 국민들에게 비정상이라고 당당하게 외치는 집권 여당의 모습에 청소노동자들의 외침 역시 비정상일 수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청소노동자를 직접 고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신들과는 상관없다고 방관하는 중앙대 역시 지독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갑이라는 거대한 권력을 가진 자들이 을의 지위를 강제 지어진 국민들에게 비정상적인 삶을 정상이라고 요구하는 것은 분명 큰 잘못입니다. 서울역 고가도로에서 분신자살을 한 이남종씨의 외침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박근혜 정권이 시작부터 비정상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운 그의 죽음 뒤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명확하기만 합니다. 비정상을 정상이라 외치는 이들에게 그 기준의 명확함을 가르치는 것이 우선이라는 사실은 답답하지만 가장 명료한 변화를 위한 시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100만원 월급을 받는 노동자에게 권리를 주장하면 100만원씩을 물리는 행위가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대한민국의 미래가 그만큼 어둡다는 의미입니다.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이들을 탄압하는 학교에서 과연 미래를 위한 공부를 할 수 있을지 그게 더 궁금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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