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6. 5. 07:08

박근혜 악수거부 이명박 신용카드가 특별한 뉴스가 아니라 선거 결과가 문제다

박근혜 대통령이 선거를 마치고 악수를 청했는데 참관인 한 명이 악수를 거부했다고 합니다. 모두 도열을 하듯 대통령을 맞이하는 상황에서 자리에 앉아 권하는 악수마저 거부한 김한울 노동당 참관인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무례하다며 비난을 하는 무리가 있고, 누군가는 이게 바로 국민의 마음이라고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박근혜 악수거부보다 투표율이 60%를 넘지 못했다는 사실이 특별한 뉴스다

 

 

 

 

6.4 지방선거가 60%도 넘지 못하는 투표율을 기록하고 말았습니다. 분위기상 7, 80%까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했지만, 상상이상으로 국민들의 정치 불신이 높다는 사실만 확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더욱 오늘부터 이어지는 연휴기간이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상황을 만든 이유가 되기도 할 듯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의전 해야 하는 것은 돈 받고 일하는 그들에게나 필요한 행위 일겁니다. 그저 국민의 혈세를 받아 공무를 집행하는 자가 마치 과거의 왕이나 되는 듯 거들먹거리는 것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인 발상인지는 오늘 사진 한 장과 논란을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권위적인 방식으로 상왕으로 지위를 누리고 싶어 하는 이 한심한 권력의 문제는 상상이상으로 깊숙이 뿌리내려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마치 대통령이 등장했으니 미개한 국민들은 모두 머리를 조아려야 하는 것처럼 인식하는 상황에서는 김한울 노동당 참관인의 행동이 황당하게 다가올 수는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국민의 일꾼이라 자처하는 대통령이 자신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국민들을 죽음으로 이끈 이의 악수를 거부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욕을 하지 않은 것을 보면 김한울 노동당 참관인은 어쩌면 호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대통령이라는 직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 책임자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느냐에 따라서는 달라질 수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전두환 같은 악마를 대통령이었다는 이유로 환대를 해야 할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을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를 경험하며 많은 국민들은 과연 권력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찰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책임을 미루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의 생각은 김한울 노동당 참관인의 마음과 같을 것입니다.

 

 

"죽어가는 사람들의 손을 먼저 잡으라고, 사라져가는 희생자들 장애인들 노동자들 해고자들 촌로들 그들의 손을 먼저 잡고 구하고 도운 후에나 손을 내밀라고 그의 손을 잡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투표를 마친 후, 무책임하고 몰염치한 자가 어울리지 않게 대통령이랍시고 악수를 청하는 게 아닌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악수에 응하지 않았다"

 

김한울 노동당 참관인은 자신의 SNS를 통해 심경을 밝혔습니다. 그가 대통령의 손을 잡지 않은 이유는 정당하고 당연했습니다. 죽어가는 이들의 손을 놓아버린 대통령이 투표장에 나와 사진을 찍기 위해 손을 내미는 현실을 적극적으로 거부함으로서 모든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무책임하고 몰염치한 대통령이 악수를 청하는 것에 불쾌함을 느꼈다는 김한울 노동당 참관인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는 듯해서 통쾌하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손을 잡지 않은 것이 화제가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에 대통령이라는 직책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한 고민만 더욱 강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6.4 지방선거는 56.8%로 16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선거 결과가 드러나기 시작한 상황에서 야권의 압승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지자체장의 수가 야당이 조금 앞설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큰 반항없이 표심은 여야를 공평하게 나눴다는 점에서 안타깝게 다가왔습니다.

 

 

참혹한 것은 박심이라고 불리던 유정복과 서병수 후보가 인천과 부산에서 당선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박근혜를 구해달라는 선거 전략이 먹혔다는 사실은 그래서 더욱 당혹스럽게 다가옵니다. 물론 두 지역 모두 압승이 아니라 5% 안에서 박빙의 승부를 벌였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준은 아니지만, 분명한 것은 이번 선거로 인해 박근혜 정부가 달라질 가능성은 그만큼 사라졌다는 의미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감 선거에서 보수 성향의 후보자들이 아닌 진보 성향의 후보자들이 압승을 거뒀다는 사실입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분노한 앵그리 맘들과 국민들이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을 선택하는 모습으로 표심이 나왔다는 사실은 중요합니다. 그리고 현재와 같은 교육 체계로는 문제가 심각하다는 분노가 그대로 표심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진보성향의 교육감이 과연 박 정부의 수구적 교육관과 어떤 대결을 보일지 궁금해집니다.

 

박근혜 악수를 거부한 것도, 이명박이 신분증으로 카드를 내민 것도 특별한 뉴스가 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정말 고민해야만 하는 것은 이번 선거의 결과입니다. 야당의 압승이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선택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은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 역시 박 정부에 대한 분노만큼 크다는 사실을 잘 새겨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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