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3. 14. 12:04

한미 FTA 담은 피디수첩, MBC 사측의 중단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한미 FTA가 발효되었습니다. 재벌들과 일부 가진 자들에게는 편리함 삶을 어느 정도 보장해 줄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서민들과 영세 상인들에게는 절망만 안겨줄 수밖에 없는 한미 FTA는 국민들에게 협약이 어떤 의미이고 어떻게 삶이 변할지에 대한 객관적인 지표나 담론조차 만들어지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는 파행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들은 거세지는 촛불 집회를 염려했을 것이다




MBC 피디수첩은 2월 28일 자 방송에서 '한미 FTA' 특집을 내보낼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낙하산 사장과 어용 간부들이 장악하고 있는 MBC에서 현 정권에 반하는 방송을 그대로 편성할 가능성은 없었고 많은 이들의 우려처럼 방송은 되지 않았습니다. 만약 이 방송이 정상대로 시청자들에게 전달되었다는 어땠을까요? 아마도 미국 쇠고기 촛불 집회처럼 자발적인 집회가 전국을 들끓게 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한미 FTA에 대해 왜 국민들의 알권리를 방해하는 것일까요? 한미 FTA가 그렇게 좋은 것이고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이라며 당당하게 공개 토론을 통해 어떻게 삶을 변화시킬 것인지 이해를 도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일반인들에게 한미 FTA에 대한 공개적인 공청회도 득과 실에 대한 공정한 전달도 망각한 채 오로지 정책 입안자들만의 입김으로 모든 것이 정리되었습니다. 권력을 가진 자들만이 알고 있을 뿐 정작 국민들은 한미 FTA가 왜 나쁘고 왜 좋은지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와인을 값싸게 마실 수 있고, 미국 수입차를 싸게 살 수 있으며 미국 쇠고기를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고 자랑합니다. 과연 와인을 미국 쇠고기를 곁들여 마시고 미국 수입차를 타고 다니는 존재들이 우리 국민들의 어느 정도를 차지하고 이런 활자로만 남겨진 혜택이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 것일까요? 미국 수입차를 타지 않아도 국산 차를 타면 되는 것이고 미국 와인이 아니라 칠레 와인이나 국내 와인을 마셔도 됩니다. 문제투성이 미국 쇠고기가 아니라 청정하다고 알려진 호주산 쇠고기를 먹어도 충분합니다.

고작 국민들이 한미 FTA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이 이 정도라면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닐까요? 동네 상권을 죽이는 거대 체인이 공식적으로 행해지고 약값을 자기 마음대로 제단하고 복제 약을 만들 수 없도록 강요하게 된다면 대한민국의 약값은 천정부지로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동네 상권이 그렇지 않아도 재벌가들로 인해 폭격을 맞은 상황에서 미국 주류 유통업체들까지 거침없이 동네를 점령하게 된다면 소상공인들은 거리에 나 앉아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서민들은 더욱 지옥에 가깝게 하고 재벌들에게만 이득을 주는 한미 FTA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요? 이미 이명박 정권의 재벌 정책은 철저한 실패로 드러났고 재벌들의 시장 지배력만 강화시켜 권력마저 집어삼킬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점에서 정치권에게 이명박의 재벌가가 보낸 X맨과 같은 존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미 재벌가의 영향력 아래 들어선 권력 지향 집단들에게는 재벌가들의 직원 권력자가 되는 것을 선호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재벌가의 비호아래 권력마저 잡아 재벌들을 위한 정책들로 서민들의 목을 죄고 자신들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하는 그들의 모습은 앞으로 더욱 강화될 수밖에는 없어 보입니다.

서민의 삶을 철저하게 유린할 수밖에 없는 정책에 대해 문제점은 없는지에 대한 피디수첩의 취재는 정당합니다. 과연 한미 FTA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그리고 문제점은 없는지에 대한 심도 깊은 취재는 공공제인 방송에서 다뤄야만 하는 절대적인 의무이기 때문입니다.

"올해 신년기획으로 자영업자의 몰락을 취재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되면 자영업자의 위기가 가속화하는 등 한국사회 전반이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이라는 점을 알았다. 우리보다 먼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멕시코와 캐나다 사례를 구체적으로 취재해 그 영향을 제대로 보여줄 계획이었다"

부장급 피디인 김영호 피디가 '한미 FTA'에 대한 취재를 왜 해야만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한미 FTA는 단순한 협정이 아니라 사회 전체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는 중요한 정책이기 때문에 심각하게 바라봐야만 했다는 그의 이야기는 언론인이라면 당연한 의무의 발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노력은 김상수 시사교양국장의 한 마디로 중단되고 말았습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어서 총선 뒤 방송한다"

정치적으로 민감하니 총선 뒤에 다루라는 그의 지시는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요? 김 국장은 정치적으로 여나 야 둘 중의 하나의 편을 드는 식의 방송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문제는 한미 FTA라는 주제가 어느 한 쪽을 위한 주장이 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피디수첩 측에서 준비한 내용 역시 정치적인 입장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한미 FTA로 인해 변화될 수밖에 없는 사회의 문제점들을 이야기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이미 미국과 FTA를 체결한 캐나다와 멕시코를 찾아 실과 득을 따져보고 우리의 경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한 심도 깊은 취재는 국민들을 위해 가장 중요하고 절실한 내용이었습니다.

과연 한미 FTA가 발효되면 국민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되는 지에 대해 앞선 협정국들의 사례를 알아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이런 정당한 요구마저 정치적인 입장을 이유로 취재를 하는 도중 취재를 하지 말라고 강요하는 MBC의 작태는 경악스럽습니다. 한미 FTA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이 어떻게 어느 한 정당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요?

이런 식의 논리라면 그 어떤 사회적 문제도 선거를 앞두고는 절대 방송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와 다름없습니다. 한미 FTA만이 아니라 수많은 사회적 담론들이 선거를 준비하는 정당의 입장차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들의 논리는 어처구니없음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으니 말입니다.

만약 피디수첩 측에서 정상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방송을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한미 FTA가 무엇이고 과연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정확하게 알 수 없었던 국민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미국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들끓었던 촛불 집회에 대한 이명박 정권의 지독한 트라우마가 이런 결과를 만들어냈을 것입니다. 촛불 집회의 힘과 두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 정권은 명박 산성이라는 이름으로 대중들의 소통을 막아내고 철저하게 광장의 자유를 억압함으로서 시민들의 당연한 권리 주장을 막아섰습니다.

언론을 통제하고 규제함으로서 광장의 자유와 함께 언론의 자유마저 억압함으로서 권력의 부패를 도모하고 잘못된 정책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그들의 포악한 정치는 대한민국을 저주의 공간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시작도 하기 전에 실패한 정책으로 불리던 4대강은 매년 수조 원(공사비 수십조에 이어)의 국민 혈세를 토건 재벌들에게 건네주도록 강요했습니다. 만약 언론이 정상적인 역할을 했다면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들은 일어날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한미 FTA 역시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이를 근거로 한 국민들의 이해를 도모하는 절차를 가져갔다면 피할 수 없는 협정이라면 최대한 우리에게 유리한 방법들을 택할 수 있도록 강제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일방적으로 소수의 권력자들의 입맛에 맞춘 한미 FTA는 그렇기에 문제가 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으로 FTA를 진행해오던 김현종이 삼성에 둥지를 튼 것만으로도 이 정책이 무엇을 위함인지는 명확해집니다. 이 하나의 사례만으로 모든 것을 규정하기는 무리겠지만 상징적이라는 것만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만약이지만 MBC 피디수첩이 준비했던 '한미 FTA'가 정상적으로 방송이 되었다면 어땠을까요? 최소한 국민들이 한미 FTA가 무엇이고 발효되면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되는지에 대해, 인지는 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언론의 자유가 억압당한 사회가 얼마나 처절하게 망가질 수밖에 없는지 이명박 정권은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