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 24. 17:07

공지영 신정아, 대필의혹과 정치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신정아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수필집을 출판하며 논란이 시작되었습니다. 자신의 수인번호 4001을 책 제목으로 삼은 그녀는 철저하게 논란을 통해 잃어버린 시간들을 만회하려는 욕심이 그대로 드러나 보입니다.

돌아온 신정아와 미묘한 정치권, 대필의혹이 주는 의미




그녀가 출판 회를 하면서 공개적으로 이름을 명시하며 정운찬을 망신주기에 나섰습니다. 사심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낸다고 할 수 없는 것은 현재 공직에 있는 존재를 실명 거론하며 그와 부적절한 관계에 있었다는 그녀의 고백은 진위 여부를 떠나 논란이 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세 명의 여자와 정치적 관계는 흥미롭게 다가오지요. 에리카 김을 통해 면죄부를 받은 존재와 장자연 편지 조작논란으로 다시 어둠 속으로 숨어버린 이와는 달리, 정운찬은 신정아로 인해 직격탄을 맞아버렸습니다. 당사자인 정운찬은 그런 일은 있을 수도 없고 반박할 의미조차 가질 수 없다며 불쾌해 했지만 이미 그의 도덕성은 땅에 떨어졌습니다.

신정아는 자신의 책을 통해 검증이 모호한 이야기들을 사실인양 늘어놓아 지속적인 논란이 일어날 수밖에는 없어 보입니다. 청와대 관련 이야기나 다른 여러 가지 실명 거론한 추문들이 사실인지 확인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일반적인 사안들을 넘어서는 그녀에게만 특별한 이야기들은 과연 이이야기들이 사실인지에 의문을 품게 합니다.

"(정 총장이) 아예 대놓고 나를 좋다고 했다. 앞으로 자주 만나고 싶다고 했고 심지어 사랑하고 싶은 여자라는 이야기까지 했다. 겉으로만 고상할 뿐 도덕관념은 제로였다"


정운찬이 자신에게 추파를 던지며 교수자리를 주겠다는 말을 그녀는 당연히 자리를 주려고 했다는 식으로 해석하지만 이런 발언이 사실이라면 이는 그저 여자의 마음을 빼앗기 위한 선심성 농담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기도 하니 말입니다.

첫 수필집은 기존의 관례를 깨고 초판본을 5만 부나 찍어내고 출판사나 신정아 스스로 이 책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노골적인 논쟁을 이끌며 책 팔기에 여념 없는 신정아의 모습을 보며 씁쓸한 것은 모두 비슷한 생각을 하기 때문이겠지요.


공지영 작가는 신정아의 책을 읽고는 중요한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일단, 읽을 만한 내용도 부족하고 지루하기까지 한 이 책에서 그나마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대목은 이미 기사화된 내용이 전부라는 말로 책 자체에 대한 가치를 부정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녀의 책 서문과 본문의 서체가 너무 다르다며 대필을 한 것으로 보인다는 그녀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이는 정치적인 목적으로 누군가가 이용하고 있다는 추론을 가능하게 합니다. 아주 미묘한 시점에 그것도 4월 재보선을 앞둔 상황에서 논란이 될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을 끄집어내 여론몰이를 하는 그녀의 모습은, 추악함을 넘어 이젠 정치의 옷을 입고 자신이 그동안 잃어버린 재물을 채워 넣는데 급급해 보일 정도입니다.

"서문과 본문의 문장이 너무 다르다. 대필 의혹이 상당히…. (신씨가 쓴) 논문 리포트도 대필이라는데"
"신정아씨 책을 읽는데 생각보다 지루하다. 그냥 기자들이 호들갑 떨며 전해주는 이슈들만 찾아보는 것이 더 나을 듯"


공지영의 말처럼 이 책 역시 대필이었다면 이는 전략적으로 선거와 시선회피용으로 보일 뿐이네요. 이미 초판 인쇄본이 5만부를 팔아치운 신정아는 과거나 지금이나 여전히 논쟁의 중심에 서있습니다. 그녀의 이야기가 몇%가 진실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과연 이 책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확실한 것은 이건희와 맞짱을 뜨고 몰락의 길을 걷게된 정운찬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여권 내에서도 '낙동강 오리알' 같은 존재인 그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인생이 거짓인 신정아의 입이 아닌 글을 통해 다시 한 번 정치권은 휘청하는 느낌입니다.

김형규의 비판처럼 모든 남자들이 신정아를 사랑했다는 그녀의 자뻑이 과연 어떤 결과로 나올지는 알 수 없지만 지독한 막장에 익숙해져버린 국민들은 이런 식의 추문들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러다 신정아가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으로 나서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가장 정치적인 인물일 수도 있는 그녀로서는 국회의원이 되는 야심을 품고 있는지도 모르니 말이지요. 진실을 잡고 힘들고 확인이 불가한 뜬구름 잡는 이야기들로 소기의 목적을 모두 이뤄낸 신정아만이 행복한 날들을 보내고 있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