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 16. 09:16

이명박, 나는 세계에서 가장 일 열심히 하는 대통령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UAE 원전 사업지 기공식에 가서 한 말이 많은 이들에게 몰매를 맞고 있습니다. 1월1일 하루 쉬고 일하는 대통령은 세계에서 자신이 유일하다는 그의 발언은 70년대 박통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전 근대적이며 노동력 착취의 근간이 되는 발언과 다름없는 민망한 자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쉬지 않고 일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무슨 일을 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여전히 대한민국은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는 국가입니다. OECD 회원국 중 항상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이 항상 상위를 차지하는 대한민국은 노동자들을 착취해 소수의 가진 자들이 돈을 버는 구조일 뿐입니다. 효율성과 합리성을 배제한 채 오로지 노동자들의 노동 시간을 확장하는 식의 노동 구조는 문제가 있을 수밖에는 없지요. 

 

전근대적인 노동시간 문제를 대통령이라는 신분을 가지고 자랑하듯 이야기하는 모습은 씁쓸하기만 합니다.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는 대통령이라고 자화자찬하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그는 일 열심히 한다는 기준을 뭐라고 생각하는지 의문이 듭니다.

그저 시간을 때우기 위해 직장에 나와 근무 시간만 연장한다고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다들 알고 있는 사실임에도 일하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가장 열심히 일하는 것이라는 논리만큼 빈약하고 우스운 논리는 있을 수 없지요.

"나도 세계 모든정상 중에서 제일 열심히 한다. 1월1일 하루 쉬고 2일부터 바로 일하는 대통령은 나 밖에 없더라"
"내가 기초를 열심히 해놓으면 다음 대통령은 연말에 휴가를 가도 될 것이라고 위안을 삼는다"


UAE에서 국민의 혈세를 들여 무상으로 지어주는 원전을 자랑하러 떠난 자리에서 그는 교민들 앞에서 당당하게 자신 자랑을 늘어놓았습니다. 그의 일 열심히 하는 기준을 단순히 쉬지 않고 일터에 나가 있는 것만이 최고라는 방식은 전근대적 발상에서 단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이야기할 뿐임을 그는 알지 못하는지도 모릅니다.

구제역 파문의 단초를 제공했다고 여당 의원들까지 비난하기 시작한 4대강 사업은 대표적인 삽질 정치의 상징이지요. 건설 재벌사들과 소수의 권력자들을 위해 그가 제공한 돈벌이는 철저하게 전근대적인 방식으로 국민의 혈세를 가진 소수에게 퍼 주는 식의 정치입니다.

한 겨울에는 공사를 하지 않는 것이 정석임에도 불구하고 4대강을 밀어 붙이기 위해 콘크리트 매설을 하는 부실 공사를 감행하고 공사비를 부풀려 막대한 세금을 몇몇 가진 자들의 호주머니에 들어가게 하는 국책 사업. 노동자들이 죽어나가는 죽음의 국책사업을 벌이면서도 당당한 그는 과연 누구를 위해 그렇게 열심히 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MB의 자화자찬의 끝은 자신이 기초를 열심히 해놓으면 다음 대통령이 연말 휴가를 가도 되겠다는 대목에서 정점을 찍습니다. 자기희생을 통해 국가를 위하고 이런 거시적인 움직임은 다음 대통령에게 국가 경영을 쉽게 해줄 수밖에 없다는 착각은 어디에서 나오는 자신감일까요?

최악의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최전선에 서 있는 대통령이 쉬지 않고 일하는 것을 자랑하고 자화자찬에 빠져 '똥인지 된장인지'도 구분하지 못하는 상황은 경악스럽기만 합니다. 

진정 일 잘하는 대통령은 오랜 시간 일하는 것이 아닌 옳은 일을 열심히 하는 것입니다. 누구를 위해 어떤 일을 할 것인지가 중요함에도 MB정권이 공들여 일하는 것이 소수 재벌들과 권력자들을 위함임은 그 스스로도 집권 초기부터 밝혀온 사실 아니던가요? 

UAE 교민 앞에서 그는 스스로 소수 재벌과 권력자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 대통령이라고 커밍아웃을 한 셈입니다. 지금이라도 국민 전체를 위한 대통령의 사명이 무엇이고 어떤 일을 어떤 방식으로 하는 것이 진정 국가를 위한 길인지를 한 번이라도 고민해보는 것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무식하게 일하는 시간만 길다고 능률이 높아지고 효과가 늘어나는 것이 아님은 유치원생들도 몸으로 채득해서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노동에 대한 전근대적인 발상을 간직하고 있는 대통령에게서 무슨 대단한 노동 환경 변화를 바랄 수 있을까요? 암울하기만 한 MB 정권이 아직도 2년 넘게 남았다는 사실이 한심스러울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