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 12. 08:25

이건희는 왜 MB에게 감자를 선물했을까?

MB의 레임덕이 시작되기는 했나봅니다. 감히 집권 초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들이 3년 차가 되자 급격하게 몰락의 길을 걷는 느낌이 강하게 들고 있습니다. 스스로 만든 내우외환은 그가 왜 위기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조중동에 이어 재벌들도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MB의 존재감이 사라지기 시작한지는 상당히 오래되었지요. 이미 그를 거부했던 대한민국의 절반이 그의 등장 자체를 부정했습니다. 권력을 통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세력들에 감싸여 그들만을 위한 정책을 입안하고 키워주는데 모든 힘을 집중했습니다.

자신이 대통령이 될 수 있게 해주었던 세력들에게 보은을 하기 위해 국민을 버렸던 대통령의 말로는 뿌린 대로 거둘 수밖에는 없는 건 진리일 수밖에는 없겠지요. 시작부터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생각이 없었던 그가 갑자기 국민들을 위한 정치를 할 수는 없는 것이겠지요.

철저하게 재벌들과 자신이 대통령이 되는데 협조한 이들에게 보은 인사를 하는 데에만 정신이 없는 그에게 레임덕이 쉽고 빠르게 다가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좌충우돌 마치 실험이라도 하듯 여기 저기 이렇게 저렇게 보은 인사를 하고 국민들의 세금을 탕진하는 무모한 실험이 실패로 끝나더라도 부끄러움이 없는 그들은 이젠 뻔뻔함이라는 강력한 무기까지 가지게 되었습니다.  

형 지역구에 국세 몰아주기 말도 안 되는 4대강 사업으로 재벌들과 관련 권력자들에게 세금 건네주기 등 그가 벌이는 사업이란 철저하게 소수의 가진 자들을 위한 정책이 전부일 뿐입니다. 방송을 장악해 독재의 길을 걷기로 작정한 그는 형의 친구이자 대선 캠프에서 자신을 도운 최시중을 미디어 파괴의 최전방에 보내 방송 장악에 앞장섰습니다.

알아서 충성을 맹세하는 KBS와 철저한 상업방송인 SBS, 마지막 순간까지 저항했던 MBC까지 낙하산을 투여해 방송을 장악하는데 일단 성공했습니다. 이렇게 공중파 장악을 마친 그들이 모든 것을 집중한 것은 조중동에게 종편을 선물하는 것이었지요.

미디어 관련자가 아니라 일반 대중들까지도 모두 반대한 종편 사업자를 4곳에 선물하며 방송 전체를 불안하게 만들어버렸습니다. 스스로 자립할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운 조중동에게 종편 사업자라는 선물을 준 그들은 최시중을 연임시켜 조중동 특혜를 위한 마지막 발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조중동은 MB에 대한 눈치 보기를 버리고 몰아붙이기에 여념이 없고 SBS는 이미 등을 돌린 지 오래입니다. 철저하게 권력의 흐름에 민감한 그들의 변화는 곧 권력의 이동을 감지할 수 있게 해주고는 하지요. 결정적인 모멘텀은 바로 이건희의 '공산주의 발언'이었습니다. 

철저하게 공산주의를 멸시하는 정부에 '사회주의, 공산주의'라는 말을 공개적인 석상에서 다른 이도 아닌 대한민국 최고 재벌 총수가 했다는 것은 엄청난 상징성으로 다가옵니다. MB맨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제안한 '이익공유제'에 대해 작정하게 칼을 들이대기 시작했습니다. 

"경제학 책에 나오는 말도 아니고 누가 만들어낸 말인지, 사회주의 용어인지, 공산주의 용어인지 도대체 들어본 적이 없다"
"청와대 분위기가 좋지 않다. 듣기 거북하지 않으냐"


이건희의 작정한 발언과 청와대의 당황스러운 반응은 MB 정권의 현재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철저하게 무능함을 바닥까지 모두 드러낸 상황에서 그들의 관계는 회복보다는 악화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안과 밖으로 이어지는 경제 상황 역시 MB 정권을 도와줄 가능성은 없고 대단한 치적이라고 자랑했던 원전 수주도 우리가 돈을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며 현 정권의 무능이 과연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알 수 없게 합니다.

"이 회장은 지난해 법치주의 근간을 흔들고 사면받았을 때 초심을 부디 잃지 마시라" 
"삼성이 국민과 함께 가는 기업이라면 대통령이나 정부가 제안하기 전에 삼성 스스로 이것(이익공유제)을 내놓았어야 한다. 맞장구는 치지 못할망정 사회주의, 공산주의 운운하면서 색깔론으로 몰아가는 것은 극우적 사고방식"


친 재벌 정책을 자신들의 정책 최우선 순위로 뒀던 MB정권과 집권당으로서는 배신감을 극심하게 느낄 수밖에는 없었을 듯합니다. 정운찬이 내세운 어느 정도 정점에 수익이 올라서면 이익을 나누자는 발상 자체가 거부되어서는 안 되지요. 방식과 어떤 형식을 취하느냐가 중요하겠지만 과도한 이득을 나누자는 것 자체가 잘못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 회장의 발언은 기업이 생산한 이윤을 법 규정을 통해 강제적으로 배분하는 시장경제주의는 어디에도 없다는 뜻"

이런 정치권의 입장과는 달리 이건희의 발언에 이은 삼성의 입장은 명확합니다. MB 정권의 들러리를 더 이상 서지는 않겠다는 확고한 선언과도 같았습니다. 이건희의 발언은 곧 대한민국 재벌들의 입장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이건희의 발언 이후 재벌들이 마치 사전에 모의라도 했던 것처럼 옹호 발언들을 하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다른 정권과는 달리 너무 이른 레임덕을 맞이한 MB 정권은 더 이상 출구가 없어 보입니다. 스스로 쳐 놓은 덫에 갇혀 자멸하고 있는 현 정권은 자신들이 사모해왔던 재벌들과 조중동에게 이른 배신을 당한 MB 정권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해질 정도입니다.

서민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으면서까지 친 재벌 정책을 펼치던 현 정권이 과연 자신들을 배신하기로 작정한 재벌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일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이익공유제'는 현 정권의 레임덕이 구체화되고 공론화되기 시작했음을 명확하게 해주는 사건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