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2. 18. 10:27

철도노조 압수수색 강행, 일방주의 권력의 횡포가 무섭다

파업 중인 철도노조에 대한 압수수색이 강행되었습니다. 파업 첫 날 파업에 참여한 수천 명의 노동자들을 직위해제하던 그들은 이제 압수수색을 통해 수백 명의 노동자들을 구속시키려고 합니다. 힘으로 누르면 모든 것이 통할 것이라 생각하는 무지한 권력은 그렇게 노동자들의 목을 죄고 있습니다.

 

철도 민영화에 반대하면 모두가 구속 되어야 하는 이상한 나라

 

 

 

 

서민들의 발이 되어주는 철도가 민영화되면 가장 두려운 것은 서민들의 이동이 쉽지 않게 된다는 점입니다. 이동이 불편해지는 서민들의 삶은 그만큼 척박해질 수밖에 없고, 그런 불합리함은 결과적으로 빈부의 격차를 더욱 크게 만들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철도 민영화는 막아야만 하는 절대 가치입니다.

 

 

사전 예고된 파업을 불법파업으로 규정하고 강경하게 대처하는 저의는 이 정권이 어떤 정권인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일 것입니다. 정당성을 확보한 예고된 파업을 불법으로 몰아붙이며 대체인력을 사용하고 이로 인해 인명사고까지 낸 상황에서 모든 책임을 파업 노동자들에게 몰아가는 현 정부와 코레일은 자신들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더욱 강력하게 노동자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철도 노조는 현 정권의 행동이 민영화라고 주장하고 정부 측에서는 민영화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 코레일 사장이었던 이철의 방송 인터뷰는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지난 17일 화요일 저녁 7시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한 이철 전 코레일 사장은 분명한 어조로 철도 민영화가 시작되었다고 단언했습니다.

 

이익을 목적으로 투자를 받는 행위 자체가 민영화라는 확고한 의지는 명확합니다. 자회사를 만들어 수서발 KTX를 독립시킬 이유가 전혀 없음에도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정부와 코레일이 민영화를 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라는 주장입니다.

 

하나의 레일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과 같은 나라에서 철도를 조각내 자회사들을 만들어 분리시키겠다는 논리는 곧 엄청난 문제를 잉태하겠다는 의미와 다를 바없다는 주장입니다. 이철 전 사장의 주장에 동의할 수밖에 없는 것은 미국과 같은 거대한 나라도 아닌 좁은 땅덩어리에서 지금도 분리되어 있는 운영체계에서 이익이 나는 KTX만 따로 분리해서 운영하겠다는 논리는 황당하게 다가올 뿐입니다.

 

민영화는 절대 하지 않는다던 코레일과 정부는 자신들의 발언이 거짓이었다는 사실이 17일 다시 한 번 드러났습니다. 코레일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양 측은 코레일의 경영효율 개선을 위해 경의선과 일산선 등 8개 적자노선 민간 매각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들이 직접적으로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으면서도 민영화는 절대 하지 않는다는 주장의 근거가 무엇인지 그게 궁금할 정도입니다.

 

코레일 관계자는 "적자노선 민간 매각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부채 감축을 위한 최후의 카드로 쓸 수 있다"며 협의 사실을 시인했고, 국토부 관계자 역시 "적자노선 민간 매각은 지역주민에게 불편을 초래하기 때문에 철도의 공공성과 효율성이 조화되는 방향에서 장기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민간 매각과 관련해 그들의 행동이 언제 이뤄질지 알 수는 없지만, 민간에 넘어간 철도가 과연 국민들을 위해 어떻게 활용될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더욱 철도 효율성이라는 점에서도 이런 식으로 민간에 매각해서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습니다.

 

어느 나라도 철도를 민영화해서 이득을 본 나라가 없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에서만 시대를 역행하듯 철도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뿐입니다. 이미 민간 매각 등 민영화를 위한 준비를 해왔던 그들이 굳이 자회사를 만들어 큰 수익이 날 수 있는 수서발 KTX를 분리하려는 노력 역시 장기적으로 민영화를 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볼 수밖에는 없습니다.

 

엄청난 부채를 떠안고 있는 코레일로서는 그 부채를 없애기 위한 노력을 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과연 그 부채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고민은 좀 더 심도 깊게 해야만 할 것입니다. 정부 측에서 주장하듯 방만 경영으로 부채가 늘어났는지 아니면 정부 정책의 잘못으로 부채가 급등했는지가 우선 분석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코레일의 부채가 12조에 육박하게 된 원인은 코레일 내부의 문제라기보다는 정부 정책의 문제에서 찾는 것이 빠를 듯합니다. 잘못된 수요예측으로 최소운영수입보장을 감당해야만 했던 인천공항철도를 인수하면서 1조 2000억원의 채권을 발행해야 했습니다.

 

민자 사업의 잘못을 코레일이 떠맡으며 부채가 급등했고, 용산 국제업무지구 사업이라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은 코레일을 현재의 12조 부채를 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로 다가왔습니다. 용산 철도기지창 부지만 매각할 생각이었던 그들은 정치권과 건설업계에 의해 개발사업 참여를 결정하며 현재의 부채까지 늘어나게 되었다는 사실은 코레일의 엄청난 부채가 어디에서 기인했는지를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입니다.

 

정부 정책의 실패를 떠안아 생긴 부채를 단순히 코레일의 방만이 만든 결과라고 오도하는 것은 문제입니다. 이를 빌미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철도 민영화를 밀어붙인다면 재앙이 뒤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 정책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서민들의 발을 민영화하겠다는 발상은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권력의 속내를 그대로 드러내는 꼴이기 때문입니다. 코레일의 부채 비율은 2005년(70.3%) 출범 뒤 2009년(88.8%)까지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지만, 그 뒤로 2012년 244.2%, 2013년 6월 435%로 급증했습니다. 이 지표가 보여주는 문제들 속에 인천공항철도 인수와 용산 국제업무지구 사업 참여가 존재한다는 점은 중요합니다.

 

정부 정책 잘못으로 생긴 부채를 떠안았다는 이유로 철도가 민영화되는 상황에서 이를 저지하기 위해 거리에 나선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파렴치한 권력 남용일 뿐입니다. 이철 전 사장이 지적하듯, 과거 자신의 신념마저 팽개친 채 현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하는 최연혜 사장은 왜 자신이 전혀 다른 주장을 하고 있는지부터 설명해야 할 것입니다.

 

"고속철도의 민간 참여를 허용한 것은 극단적 방법이고 경쟁체제 도입은 자가당착이다"

 

"경쟁체제 도입이라고 하면 철도나 교통산업의 특성을 잘못 이해한 데서 기인한다. 그건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불과 1년 전 일간지에 기고한 최연혜 코레일 사장의 글과 현재의 주장은 180도 다릅니다. 고속철도 민간 참여 허용과 경쟁체제 도입을 자가당착이라고 비판하던 최 사장이 새 정권이 들어서자 입장을 바꿔 경쟁체제를 구축하고, 고속철도에 민간 참여를 허용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그 스스로 자가당착에 빠져 있다고 밖에는 볼 수 없을 것입니다. 

 

경쟁체제 도입은 철도나 교통산업의 특성을 잘못 이해해서 생긴 것이고 잘못이라고 주장했던 최 사장이 박 정권이 들어서자 언제 그랬냐는 듯, 자회사를 설립해 경쟁을 적극적으로 도모하겠다는 주장은 그래서 황당하기만 합니다. 

 

노조가 주장하는 것은 철도의 정상화입니다. 그리고 민영화가 되지 않도록 막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자신들이 주장하듯 민영화를 하지 않는다는 확실한 선언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리고 철도 노조와 함께 이번 논란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를 해야 하고,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심도 깊은 고민을 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파업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압수수색을 강행하는 것이 박 정권의 의지일지는 모르겠지만, 이는 곧 잘못된 권력에 대한 반발로만 이어질 뿐이니 말입니다. 공포 정치의 끝에는 민중봉기가 있어왔다는 세계 역사를 들먹이지 않는다고 해도, 현재의 이런 권력의 횡포가 잘못이라는 사실은 그들 역시 알고 있을 것입니다. 합리적인 방법으로 국민들이 거부하는 민영화로 나아가지 않는 방법들을 모색하는 것이 압수수색을 하는 것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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