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9. 24. 10:06

박근혜 사과, 박정희 옹호하는 영혼없는 사과는 무엇을 위한 사과인가?

과거사 논란에 빠진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추석 연휴를 앞두고 불 끄기에 나섰습니다. 기자회견을 통해 과거사에 대한 사과를 하고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는 박 후보의 발언에 대중들이 호응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신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검증이 필요한 박 후보, 전두환에게 받은 6억과 김재원 대변인의 막말 파문

 

 

 

 

 

안철수 후보에 대해 현미경을 들이대고 검증을 하겠다고 나서는 새누리당은 정작 자신들이 내세운 후보에 대한 검증을 조심해야만 할 것입니다. 비록 그들이 장악한 방송이나 언론에서 박 후보의 지난 잘못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해서 그 모든 것이 사라진 것은 아니니 말입니다.

 

유신독재를 옹호하고 그 독재 시절 억울하게 죽어간 인혁당 사건의 피해자에 대해 당혹스러운 발언을 했던 박 후보가 며칠 만에 자신의 모든 가치관을 바꿀 수는 없을 것입니다. 더욱 안 후보와 문 후보가 본격적으로 대통령 후보가 되면서 여론의 향방이 박 후보가 아닌, 두 후보들에게 집중되는 상황에서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한 깜짝쇼 같은 기자회견은 언제나 그랬듯 진정성은 존재하지 않는 쇼에 불과할 뿐이니 말입니다. 

과거사 관련 사과 기자회견하는 박근혜 후보/연합뉴스 사진

 

기자회견을 앞두고 공보단장과 대변인을 자신의 최측근 인사들인 김병호와 이정현으로 내세운 박 후보 측은 철저하게 자신의 입 노릇을 하는 인사를 전면 배치해 난국을 피해가겠다는 의지의 표명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보다 다양한 이들과 소통하며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는 박 후보의 주장이 그저 선거를 위한 주장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이들의 전면배치에서 충분히 읽혀지니 말입니다.

 

"박근혜 대선 후보가 내일 오전 9시에 기자회견을 하러 올 것이다. 과거사와 관련된 발언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

 

"박 후보가 정치를 시작한게 아버지 명예회복 때문"

 

박 후보의 최측근이자 지난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에서 대변인이었고, 최근 박 후보의 대변인으로 돌아온 김재원 대변인이 기자들과 가진 술 자리에서 박 후보 기자회견과 관련된 이야기를 털어 놓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박 후보의 과거사 관련 입장을 베드로가 예수를 배반했던 것에 비유하며 박 후보가 아버지인 박정희 시절 일을 사과하더라도 실제 속내는 그렇지 않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는 점입니다. 

 

김 대변인의 이 발언은 이미 대다수의 국민들이 예견하고 있었던 내용입니다. 지지율에서 밀려나기 시작하며 더 이상 자기 주도적인 강압적인 방식이 통하지 않자, 공개 사과를 통해 반전을 노리겠다는 전략임을 최측근이 술자리에서 고백한 셈이니 말입니다.

 

이런 사실이 일부 언론에 보도가 되자 폭탄주에 만취된 김 대변인은 현장에서 기자들에게 고성을 시작으로 욕설을 퍼부으며 위협까지 한 사건은 박 후보 측이 얼마나 타락한 존재들인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었습니다. 투표시간 연장에 대해 '죽어도 시간 연장은 안 된다'는 발언을 해서 논란의 중심에 선 새누리당이 이제는 박 후보의 최측근이 스스로 박 후보의 사과가 거짓 사과라고 고백한 모습은 자중지란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보여주는 듯합니다.

 

"이로 인해 상처와 피해를 입은 분들과 그 가족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저 역시 가족을 잃은 아픔이 얼마나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 저의 모든 노력을 다 하겠습니다"

 

박 후보는 24일 오전 9시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5.16 쿠데타와 유신독재, 인혁당 사건(공식 보도문에 기재된 것은 민혁당 사건-1992년 사건이 언급된 이유가 오타 때문인지 인식 부재인지 알 수가 없는 박 후보)에 대해 헌법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 정치 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며 공식 사과를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과를 하기 전에 장황하게 자신의 아버지인 박정희가 대한민국을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해왔고, 그로 인해 대한민국이 보릿고개 등 힘겨운 시간들을 슬기롭게 해쳐나올 수 있었다는 발언에 집중했습니다. 산업화를 위해 부득이하게 노동자들을 탄압할 수밖에(이를 희생이라 표현한 박 후보) 없었고, 북한에 맞서 안보를 지키기 위해 인권이 침해받는 일도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과거 독재자 박정희가 저지른 참혹한 탄압은 모두 국가 발전과 북한과의 대립 관계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끼어넣듯이 언급된 사과가 얼마나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 알 수 가없습니다. 이런 사과를 통해 희생자 유가족들이 자신이 용서하고 지지해준다면100%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은 새로운 독재 모델을 만들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어 보입니다.

 

다채로운 사상과 가치들이 충돌하는 현대 사회에서 100%라는 말은 독재를 하겠다는 발언과 다름이 없습니다. 그 누가 등장해도 100%라는 절대명제를 이룰 수는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100% 대한민국을 강조하는 것은 박정희 망령을 깨우겠다는 발언으로 밖에는 들리지 않습니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드러난 박 후보가 전두환에게 받은 6억(당시 압구정 현대아파트 10채를 살 수 있던 돈)에 대한 검증이 필요합니다. 이명박의 BBK 논란으로 구체적인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던 통치자금에 대한 검증은 당연하니 말입니다.

 

전두환에게 박정희가 그동안 관리해왔던 통치자금 6억이 어떤 방식으로 조성되었는지에 대한 검증은 중요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박정희를 신격화하는 이들에게 그는 검소하고 오직 국가만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존재로 각인되어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당시 대통령 연봉이 300만원 정도인 시절에 6억이라는 엄청난 금액이 청와대 금고에 남겨져 있었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이야기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가권력에 의해 부당하게 강탈된 장물인 정수장학회, 영남대, 육영재단 문제에 대한 책임회피, 5·16쿠데타를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하는 역사인식, 동생인 박지만-서향희 부부의 삼화저축은행 연루의혹에 대한 규명 거부도 동일한 잣대로 검증돼야 한다. 이 같은 문제들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꿈꾸기에는 중대한 결격사유이고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다"

 

김현 민주당 대변인이 박 후보와 관련해 밝힌 발언을 보면 현재 언론들이 얼마나 박 후보의 문제에 대해 무관심할 정도로 검증을 하지 않는지 알 수 있습니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나서기 전 한 달 동안 일부 언론에서 오타를 빙자해 박근혜 대통령이라 불리며 이미 대통령 자리에 올라선 듯 행동하던 박 후보. 그런 박 후보에게 남겨진 것은 과거사에 대한 형식적인 사과만이 아니라, 자신에게 둘러싸여진 수많은 의혹들을 해명해야만 하는 시간입니다.

MBC 김재철 문제가 언급조차 되지 않는 것이 이런 논란들을 잠재우기 위한 언론 장악의 한 수단이라면 우선 언론 정상화에 모든 것을 다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비리로 얼룩진 그리고 오직 권력의 시녀로 전락하기를 희망한 방송사의 현재 모습 속에서 균형잡히 후보자 검증은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형식을 위한 사과는 결국 박 후보에 대한 비판 여론만 더욱 커지게 만들 것입니다. 이미 여러번 진정성 없는 행보를 보여왔던 박 후보가 지지율 급락에 서둘러 사과 발언을 한 것은 누가봐도 쇼에 불과해 보이니 말입니다. 최근 여론 조사에서 안철수 후보에게 뒤지고 문재인 후보와는 초박빙 상황에서 대국민 여론 조사는 56.7%가 정권교체를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여론 조사의 결과가 정권교체가 과반수를 훌쩍 넘은 수치라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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