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9. 25. 13:03

박근혜 말춤과 인혁당 유가족의 분노, 진정성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나?

인간의 진정성을 이야기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사과를 평가하는데 타자가 그 안에 들어가서 진정성을 보지 않은 한 쉽게 판단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전에 사과하고 오후에 춤추는 박 후보의 모습에 대중들이 진정성을 들여다보기 힘든 것은 당연할 듯합니다. 정치인이기에 어쩔 수 없는 아픔이라 대변할 수도 있겠지만, 정치인이기에 진정성을 보여주는 행위는 중요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말춤과 인혁당 유가족들의 분노, 그 간극은 너무나 크기만 하다

 

 

 

 

인혁당을 민혁당이라 작성하고, 이를 그대로 읽어내던 사과문은 많은 이들을 분노하게 만들었습니다. 과연 이런 모습에서 사과의 속내가 과연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던 국민들에게 허탈함을 준 것은 그들의 행보였습니다.

 

사과문을 발표하기 전 날 박 후보의 최측근인 김재원은 대변인으로 발표가 되자마자 말도 안 되는 황당한 발언으로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들었습니다. 술자리에서 불거진 박 후보의 진정성 문제는 새누리당 스스로 이번 대선을 자포자기한 것처럼 다가오기까지 했습니다. 과거사 문제를 사과한다는 박 후보의 디데이를 앞두고 그 모든 것이 정치적인 형식적 사과라 이야기하는 것은 스스로 몰락을 자초하는 일과 다름이 없었으니 말입니다.

 

"처음부터 이런 말을 했으면 '그런 마음으로 정치하려나 보다'고 생각했을지 모르나 지금은 궁지에 몰려서 누가 써준 글을 그대로 읽는 느낌이다. 진심이 와 닿지 않는다"

 

"지지율이 하락해 수세에 몰리게 되자 오직 대통령이 되기 위해 새삼 마음에도 전혀 없는 말로 사과를 한 게 아니냐"

 

"최근 그의 이어진 발언으로 볼 때 이번 사과는 전혀 진심에서 나온 말이 아닌 것을 너무나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유족들을 두 번, 세 번 울리지 말라"

 

사과문이 발표된 후 인혁당 유가족들의 반응은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과란 일방적일 수 없기 때문에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소통할 수 없는 사과는 일방적일 수밖에 없으니 말입니다. 그런 점에서 인혁당 가족들의 반응은 중요했습니다.

새누리당 부산시당 대통령선거대책위 출범식에서 말춤추는 박근혜 후보/오마이뉴스 사진

 

인혁당 유가족들이 박근혜 후보의 사과에 조금의 진정성도 느낄 수 없었다는 사실은 중요합니다. 가해자의 사과가 진정성이 없다고 믿는 피해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그 사과가 무의미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니 말입니다. 많은 이들도 공감하듯 지지율이 급격하게 하락하자 마지못해 사과문을 낭독하는 수준이 과연 진정한 사과라고 할 수 있느냐는 대중들의 비판은 당연하니 말입니다.

 

이런 박근혜의 행보에 수구 언론들마저 비난(비난의 이유가 인혁당 유가족과는 전혀 다르지만)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들의 선택이 문제가 있다는 확증일 것입니다. 그들이 만들고 싶은 대통령 후보가 자신이 생각하는 그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은 그들에게는 충격적으로 다가왔을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아주 노골적으로 박 후보를 비난하는 수구언론의 반응은 어설픈 사과로 오직 대통령에 눈 먼 존재라는 확신만 주었기 때문입니다. 일부 극단적인 보도에서는 "박근혜, 자살해라"라는 발언을 할 정도로 수구, 보수 세력들의 비난을 한 몸에 받는 박 후보의 행보는 말춤 하나로 완전 붕괴 수준입니다.

 

오전에 울먹이며 열심히 써준 사과문을 읽다 '인혁당'을 '민혁당'이라 부르며 사과하던 황당함이, 오후에는 부산시당에서 열린 대통령선거대책위 출범식에 참석해 '강남스타일' 노래를 개사한 '부산스타일'에 맞춰 말춤을 추는 장면은 경악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수많은 '강남스타일' 패러디가 쏟아져 나왔지만, 이번처럼 보기 힘든 장면은 없었을 정도니 말입니다. 전 세계인들을 열광시킨 말춤이 이렇게 추하고 당혹스럽게 느껴지기는 이번이 처음이었으니 말입니다.

 

"안철수와 문재인은 제발 말춤 추지 마세요. 젊은이들한테 인기 없는 사람들이나 하는 짓이에요. 그런 말춤은 즐거워 보이지 않고 처절해 보일 뿐"

 

진중권 동양대학교 교수가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 많은 이들이 공감을 표하는 것은 박 후보의 행보가 그런 결과를 만들어냈기 때문일 것입니다. 김진애 전 민주통합당 의원이 '사과 옷'과 '말춤 옷'이 동일하다고 꼬집는 글 역시 박 후보의 사과와 관련된 허탈한 이들의 감정을 대변해주고 있었습니다.

 

사과를 받은 인혁당 유가족들과 국민들은 그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는데, 홀로 사과는 끝났고 이제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박 후보. 그런 새로운 시대를 위해 말춤을 추는 그에게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습니다. 어쩌면 많은 이들은 역사학자인 전우용의 말에 큰 공감을 표할 수밖에는 없어 보입니다.


"대국민 사과 후 바로 말춤 추는 '반전 있는 여자'와 술 먹고 기자들에게 욕한 '미쳐버리는 사나이'가 함께 모인 당, 노래 가사와 너무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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