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0. 5. 15:13

한광옥 박근혜캠프 합류와 김종인 새누리당에 대한 분노, 수구의 극대화인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한광옥 전 민주당 상임고문이 박 후보를 지지하며 캠프 합류를 발표했다.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과거 김대중 대통령 후보를 암살하려 했던 박정희의 딸 선거캠프에 다름 아닌 김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한광옥이 합류했다는 사실은 충격이니 말이다.

 

한광옥의 박 후보 캠프 합류와 김종인의 분노

 

 

 

 

민주당의 큰 어른이라고 부를 수 있는 한광옥 상임고문이 다른 곳도 아닌 새누리당의 박 후보 캠프에 전격적으로 합류한 사실은 그 자체는 무척이나 충격적인 뉴스다. 하지만 실체를 들여다보면 이는 박 후보에게 도움이 되기보다는 흠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새누리당이 반가워할 일은 아니다.

 

새누리당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지지율과 자신이 주도권을 가져야 하는 경상도에서 조차 두 야권 후보에게 밀리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현재의 민주통합당에서 밀린 과거의 정치인들을 새누리당으로 불러들이는 모험을 감행한 것은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호남 텃밭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의 결과물일 것이다.

문제는 과연 한광옥 상임고문이 박 후보 측이 만족할 정도의 파괴력을 지니고 있느냐는 점이다. 이미 정치 일선으로 밀려난 노회한 정치인을 영입한다고 새누리당에 표를 던져줄 정도로 유권자들이 맹목적이지는 않다. 과거의 영화를 이야기하지만 그런 영화를 이야기하기에 호남은 여전히 힘겨운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니 말이다.

 

"오랜 숙고 끝에 '새누리당 입당'이라는 결단을 내리고 또 하나의 정도의 길을 가고자 한다"

"비록 이 길이 한없이 외롭고 고단한 여정이 될지라도 우리 사회가 지역갈등을 해소하고 보수와 진보세력이 소통하며 화합하는 국민대통합 속에서 남북통일을 이룰 수 있는 작은 희망의 불씨가 된다면 보람으로 여기고 묵묵히 걸어가겠다"

 

"지역감정은 후손들에게 절대로 대물림돼선 안 될 사회적 병폐이며, 우리 세대가 반드시 청산해야 할 과제다. 지역감정이 해소되지 않은 사회에서 남북통일은 결코 이룰 수 없고 선진강국이 될 수 없다는 게 저의 소신이다"

"우리 사회가 지역과 계층 간 갈등, 세대 간 갈등 해소를 근간으로 대탕평책을 실현시켜 국민대통합의 바탕 위에서 남북통일을 이루는 과업에 제 한 몸을 헌신하기 위해 이 길을 선택했다"

"저는 지난 40여년 간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 속에서 합리적인 방법으로 개혁과 혁신을 추구해 온 중도개혁 정치인의 한 사람이다. 앞으로도 새누리당 내에서 '합리적 진보'의 역할을 다하여 새누리당이 개혁과 혁신을 추구하며 국민으로부터 진정한 사랑을 받는 정당이 될 수 있도록 힘을 아끼지 않겠다"

 

한광옥은 새누리당 입단에 대해 장황한 수사를 통해 자신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다. 케케묵은 지역감정과 남북통일, 그리고 다양한 갈등 요소들을 치유하기 위해 자신의 한 몸 바쳐 헌신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이는 중요한 발언들이고 꼭 이뤄야 하는 가치들이지만, 그의 말이 사언死言으로 들릴 수밖에 없는 것은 정치인들의 뻔한 수사의 그것과 조금도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즉, 한광옥의 새누리당 행이 솔직하지 못하다는 말이다. 여전히 권력에 대한 욕심이 많은 그가 4.11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의 후보로 선택되지 못하자 민주통합당을 탈당하고 신당을 만든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물론 그의 신당은 누구도 바라보지 않는 그들만의 정당이었음도 결과가 이야기를 해주고 있었다. 그런 그가 백의종군하며 민주당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기보다 자신이 평생을 두고 싸웠던 이념과 충돌하는 새누리당에 입당한 것은 황당할 뿐이다.

 

새누리당은 그를 국민대통합위원장직을 맡길 예정이라고 한다. 경상도 정당이 호남 출신 노회한 정치인을 꼭두각시로 내세워 국민들 대통합을 위해 힘쓰겠다는 이미지 전략은 그럴듯하기는 하다. 자신은 이런 식으로 노력하고 있으니 진정성을 알아줘야 한다는 선고용 발언으로는 최적화된 모양새이니 말이다.

 

내부의 모순과 문제에 대해 큰 어른으로서 풀어내는 해안을 보이지 못하고 탈당과 신당에 이어, 새누리당 입당을 선택하는 모습은 철새 정치인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는 점에서 씁쓸하기만 하다. 고인이 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런 사실을 알게 된다면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할 정도니 말이다.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며 변화를 외치는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새누리당은 경제민주화에 대해 의지도 없고 관심도 없다. 새누리당은 더이상 경제민주화를 얘기 안하는 게 좋겠다"는 발언과 함께 더 이상 새누리당에 미련을 가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 후보에게는 자신과 이한구 둘 중 하나를 고르라는 말로 결별을 예고하고 있다. 그의 분노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어떤 변화가 있을지 알 수는 없지만, 더 이상 변할 수 없는 새누리당의 한계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진보적인 인물이었던 김종인이 분노와 함께 새누리당을 떠날 결심을 굳히고 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진보적인 인사로 여겨지던 김종인은 떠나고, 한물간 정치인이 철새가 되어 새누리당에 안착하는 모습은 흥미롭기만 하다. 수구세력의 집합체라는 비난을 벗어던지기에 작금의 상황들은 더욱 새누리당을 수구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한광옥의 합류는 박 후보에게는 악수가 될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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