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0. 16. 14:16

김지태 유족의 눈물과 박근혜 후보의 당당함, 역사인식 부재의 현실이 당황스럽다

부일장학회를 군화발로 빼앗은 박정희. 그는 독재의 서슬 퍼런 시절 타인의 재산을 탐하고 이를 자신들의 자식들이 운영하도록 하면서 엄청난 부를 착복했다. 이는 단순한 부일장학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거침없이 드러나는 박정희의 착복 재산은 그가 얼마나 미화된 독재자인지만 더욱 명확하게 해주니 말이다.

 

박근혜 후보의 역사인식 부재는 여전하다






부일장학회를 빼앗긴 유가족들의 눈물은 서럽게 다가온다. 나를 불법한 방식으로 접수한 박정희가 개인의 재산마저 강탈해 호의호식하던 시절, 이런 불합리함을 법적으로 따지지 않았기에 박정희의 사유재산 강탈은 정당하다고 했던 사법부의 모습은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한다.

 

자신이 재산을 빼앗겼다면 당연히 법으로 호소해야 하지만, 부일장학회측은 박정희를 고소하지 않았기에 강탈은 정당하다는 사법부가 바로 우리 대한민국 사법부의 현실이라는 점은 두렵기까지 하다. 법위에 군림하며 유신독재를 행하던 박정희에게 반하는 행동을 하면 무조건 사형을 시키던 시절에 자신의 재산을 빼앗겼다고 법에 호소할 수 있었던 이는 얼마 될까. 이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재산을 되찾아야 하는 문제라는 점에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욱 사법부라는 것이 독립된 객체가 아니라 박정희의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이 결정되는 허수아비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들에게 빼앗긴 재산에 대한 억울함은 그 어디에도 호소할 곳이 없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런 역사적 사실 속에서도 애써 박정희 독재를 미화하며 자신들이 빼앗은 행위는 정당한 방식이었고, 관리 역시 개인의 재산으로 흡수한 게 아니라 장학회 이름으로 사회 환원을 했으니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주장은 모두 거짓이라는 사실은 지나가는 강아지들도 느끼고 있을 문제다.

 

이명박 대통령이 자신의 재산으로 장학회를 만들었다고, 그가 자신의 재산을 사회 환원했다고 믿는 이는 없다. 그 장학회에서 하는 일이란 자기 재산을 지키는 역할 외에는 없으니 말이다. 그들의 장학회가 문제가 되는 것은 철저하게 가족들과 최측근들이 장학회를 운영하며 엄청난 이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금 없이 자산을 물려주는 미국의 파운데이션을 그대로 들여온 사심 가득한 장학회를 사회 환원이라 치부하는 것은 분명한 사기에 다름 아니다.

 

잘못된 권력의 힘으로 강탈당한 국민 개인의 재산을 자신과 부인의 이름을 합해 장학회 이름을 수정하고 이를 가족 사업으로 이끈 박정희에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한심한 작태들에 대해 故 김지태의 장남 김영구와 차남 김영우 등 가족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분노를 표하는 것 역시 자연스럽기만 하다.

 

"강탈한 남의 재산을 물려받은 장물아비가 장학 사업의 탈마저 내팽개치고, 장물을 팔아 특정인의 선거에 이용하려는 후안무치한 짓이다"

 

"백보를 양보해서 저들이 강변하는 것처럼 선친이 재산을 자진 헌납했다 치더라도 장학회의 기본재산은 장학 목적 이외의 다른 용도로 처분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우선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비롯한 현이사 전원은 자신들의 잘못을 국민과 유족에게 백배사죄하고 즉각 물러날 것"

"장학회야 말로 우리나라에 더 많이 필요한 것이지만 이 장학회는 어떤 특정인하고 연결이 돼 있고, 그 특정인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이는 듯한 내용을 많이 풍기고 있다"

"강탈한 장물장학회라는 것을 온 세상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다. 그 부분을 고치지 않고는 영원히 계속 문제가 될 것이다. 일부 지엽적인 문제를 논할 것이 아니다. 전체적인 문제로 논해야 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개인 재산을 빼앗긴 가족들이 분노를 표하며 현재의 황당한 상황들에 대해 분개하는 모습은 착잡함을 주고 있다. 일제에 부역해 나라의 땅을 하사받은 친일파들과 빼앗긴 땅을 빼앗으려는 모습은 우리 사회의 아픈 현실이었다. 친일파 후손들은 강탈한 재산을 당연한 자신들의 재산이라 우기며 법에 호소하는 모습 역시 우리 사회의 엄연한 현실이다.

 

나찌 잔당들과 후손들이 그 시절 자신들이 가진 재산을 돌려달라고 국가를 상대로 고소를 하는 행동을 우리는 보지 못했다. 그들은 철저하게 나찌에 가담한 이들을 일벌백계하고 공소 시효없이 지금까지도 그 죄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어두운 과거는 그저 평범한 국민들에게나 어두울 뿐이다.

 

일제에 앞장서 선동하며 얻은 엄청난 재산을 무기로 현재까지도 떵떵거리며 사는 친일파와 후손들. 그들은 이제 과거의 역사마저 왜곡하며 일제 침략시대를 찬양하기까지 한다. 교과서마저 왜곡해서 역사마저 친일파의 시각으로 만들려는 무리들이 2012년 현재에도 사회 곳곳에 뿌리내리고 있다는 사실이 경악스럽다. 그런 문제를 야기 시킨 뉴라이트 세력들이 박 후보 캠프에 잔뜩 존재한다는 사실을 주목해야만 한다. 

故 김지태 유족들이 정수장학회의 닫힌 문을 부여잡고 한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동안, 박근혜 후보는 정수장학회가 좋은 일을 하려는데 야당과 일부 언론에서 문제시 하는 것이 문제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 얼마나 후안무치한 행동인가? 직접 당사자의 딸이 이 사실에 대해 제대로 된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국민들을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

 

"(정수장학회가) 지역발전을 위해 좋은 일을 하겠다는 걸 가지고 야당이나 저나 법인에 이래라저래라 할 아무 관계가 없다. 이사회에서 알아서 결정할 일이지 제가 관여할 일도, 간섭할 일도 아니다"

 

박정희의 쿠데타를 구국의 혁명이라 치부하며 왜곡된 역사관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던 박 후보가 이번에는 장물인 정수장학회에 대해 이런 식의 인식만 지니고 있다는 사실은 절망적이다. 이런 왜곡된 역사인식과 잘못된 시각을 가진 존재가 여당의 대통령 후보로 등장했다는 사실이 대한민국의 현실이 얼마나 처량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피해자는 울고 있는데, 가해자 가족들은 당당한 세상. 그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고치지 않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얼마나 사과가 진정성이 없다고 질책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단순히 사과하고 곧바로 말춤을 춰서만은 아니다. 이렇게 논란이 구체화되는 사안에 대해 잘못된 인식이 고착되어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대한민국은 나올 수가 없기 때문이다.

 

부일장학회 故 김지태 유족들의 눈물과 박 후보의 당당함 속에서 우리가 기억해야만 하는 것은 진실일 것이다. 불일장학회와 정수장학회 사이에 무엇이 존재하고 그 가치의 다름 속에서 우리가 깨달아야만 하는 현실 인식은 곧 앞으로 5년을 책임질 대상을 뽑는 과정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신중하고 꼼꼼하게 살펴야만 하는 역사인식이니 말이다.

 

나라를 대신 운영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대통령 선거. 국민들의 소중한 한 표를 누구를 위해 사용할 것인가는 개인의 몫이다. 중요한 투표를 아무렇게나 사용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이런 역사가 잘 증명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왜 많은 국민들이 정권 교체를 강력하게 원하고 있는지는 이 사안만 봐도 명확하다.



제 블로그가 마음에 들면 구독+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