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1. 25. 11:02

안철수 대선후보 사퇴를 무의미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안철수 후보의 결단이 어쩔 수 없는 외압이 만든 결과라는 반발이 거세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안 후보의 결단은 그래서 더욱 대단할 수밖에는 없다. 물러서지 않고 대치했을 때 벌어지는 결과는 참혹함뿐이었다. 거대 야당이 쉽게 물러설 수 없었다는 사실은 이미 대선 후보로 나서는 순간 예감되었던 현실이고, 결과적으로 그 두터운 벽을 무너트리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었다. 그런 절박한 순간 안철수 후보가 눈물의 후보 사퇴는 그렇기 때문에 아름다울 수밖에는 없었다.

 

안철수 후보의 선택을 욕보여서는 안 된다

 

 

 

 

안철수 후보의 사퇴로 야권의 단일화 후보는 문재인 민주당 후보로 결정 났다.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들이 실망스럽기는 했지만, 단일화가 되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니 말이다. 물론 안 캠프와 공동 선대위를 조직해서 함께 대선 운동을 해야만 완벽한 단일화라고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직도 부족한 것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안 후보가 전격 사퇴 선언을 하면서 많은 지지자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이 지독한 현실 정치의 벽이 새로운 정치를 주창하던 안 후보를 벼랑으로 내몰았다고 이야기를 한다. 그 벼랑 끝에서 안 후보가 선택한 후보 사퇴를 단일화로 이야기할 수는 없다는 주장도 한다. 그리고 안 후보의 선택과 상관없이 SNS에서는 안 후보와 문 후보의 단일화에 대한 이야기가 더욱 거세지는 것 역시 현재의 모습이다.

 

 

단일화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지고, 그런 문제는 양 측을 지지하는 이들의 불신의 골을 깊게 만들었다. 누가 단일화의 승자가 되느냐는 중요한 문제였기에 이런 모습은 당연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단일화에서 승리를 하는 것보다 정권 재창출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이다. 안 후보가 눈물을 흘리며 후보 사퇴를 선언한 것 역시 단일화 승리보다 대선 승리가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안 후보가 물러서지 않고 마지막까지 충돌로 이어졌다면 단일화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기성 정치 세력은 그 모든 문제를 안 후보로 몰아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물론 실무 팀에서 실수를 하고, 제대로 분위기를 압도하지 못해 불거진 아쉬움들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여론 몰이에서 논란의 책임은 안 후보 캠프로 쏟아질 수밖에는 없었다. 그게 강자의 법칙이라는 점에서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답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안 후보가 결단을 내린 것은 현재 무엇이 중요한가에 대한 고민이라고 본다. 현실 정치의 벽은 높았고, 그렇게 단단한 벽을 한꺼번에 무너트리기에 현재의 안 캠프가 역부족이라는 사실 역시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의 열정적인 응원과 사랑은 무시할 수준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능구렁이나 다름없는 정치꾼들이 모인 새누리당을 이길 것이라고 보기도 힘들었다. 정당정치를 하는 대한민국에서 정당이 없는 안 후보가 가지는 한계는 분명했으니 말이다.

 

택시 기사들의 이야기 속에 여론이 담겨있다고 하듯, 많은 택시기사들은 안 후보와 문 후보의 단일화에 대해 단순하지만 명확한 의견들이 제시하고는 했다. 안 후보가 대단한 사람이고, 뛰어난 능력을 지닌 인물인 것은 확실하지만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이가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한다. 심지어 지난 서울 시장 선거에 출마해 서울 시장으로 실무 경험이라도 했다면, 혹은 4.11 총선에서 출마해 현실 정치를 조금이나마 경험했다면 자신은 안 후보를 지지했을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택시 기사의 의견이 모든 국민들의 의견을 대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시민의 발이 되어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그들의 주장이라는 점에서 그저 웃어넘길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안 후보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부정적인 평가가 모두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안 후보가 지독하게 썩은 현실 정치에 도전장을 내밀고 과감하게 변화를 요구하는 대목에서 우리는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을 보았다. 기성 정치인들이 철저하게 자신의 이득을 위해 국민들을 희롱하는 것과 달리, 정치 개혁을 통해 진정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만 한다고 주창한 안 후보는 비록 대선 후보 사퇴로 끝이 났지만 새로운 시작일 뿐이다.

 

"오늘 안 후보의 사퇴는 새로운 정치의 끝이 아니라 차원이 다른 시작"

 

"새 시대를 바라는 거대한 국민의 열망, 꿈을 잠시 미뤘지만 야권 단일 후보인 문재인 후보와 함께 새 정치를 열어갈 것"

 

안철수 후보의 최측근이었던 송호창 의원이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이 현재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안 후보의 사퇴는 새로운 정치의 끝이 아니라 차원이 다른 시작이라는 발언은 중요하게 다가온다. 안 후보의 정치 개혁은 실패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중간 마침표일 뿐이니 말이다.

 

안 후보가 주창한 정치 개혁은 많은 국민들의 눈과 귀를 깨웠다. 기성 정치에 짓눌려 살아야만 했던 국민들은 안 후보가 내세운 정치 개혁에 눈을 떴고 이런 정치 개혁에 대한 요구들은 이제 당연한 권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는 안 후보가 만들어낸 새로운 가치다. 정치 개혁이 단순히 수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열망과 함께 꼭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가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안 후보의 도전은 아름다웠다.

 

야권 단일 후보인 문재인 후보와 함께 새정치를 열어갈 것이라는 송호창 의원의 발언은 현실적인 대안이자 마지막 수단으로 다가온다. 현재 일부이기는 하지만, 안 후보의 사퇴를 문제 삼아 비난을 일삼거나 반 문재인을 주장하는 것은 안 후보의 뜻과는 철저하게 반하는 행동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반 문재인 여론몰이는 결과적으로 안 후보를 속 좁은 기성 정치인으로 몰아가는 것과 다름없다.

 

기성 정치의 벽에 막혀 돌파구를 찾기 힘든 상황에서 안 후보는 국민들과의 약속을 선택했다. 지금 당장 자신에게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인 사퇴를 선택한 것은 국민들의 염원이 '정권교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었다. 정권교체를 하기 위해서라면 자신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안 후보의 큰 결단을 그의 일부 지지자들은 망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민주당이 결코 국민들이 바라는 정당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새누리당보다는 덜 나쁜 정당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정치란 깨끗하고 좋은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덜 나쁜 이들을 뽑는 행위일 뿐이다. 안 후보가 스스로 후보 사퇴를 하면서 문재인 후보를 도와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고 역설한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안 후보의 이 위대한 결단을 아무것도 아닌, 속 좁은 정치인의 치기로 만드는 행위도 이제는 멈춰야만 한다.

 

중요한 것은 문재인 후보를 중심으로 야권 단일화를 통해 정권교체를 이룩해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비록 모두 만족스러울 수없는 선택이었다 해도, 중요한 것은 정권교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니 말이다. 최소한 안철수 후보를 진심으로 지지했다면 이제는 안 후보가 그토록 바라는 정권교체를 위해 하나가 되어야할 시간이다.

 


 

제 블로그가 마음에 들면 구독+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