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 11. 11:26

윤석열 좌천과 김기춘의 검사동우회 발언, 국정원 대선개입에 대한 박 정권의 답변이다

국정원 대선개입을 조사하던 수사팀장 윤석열 검사가 좌천을 당했습니다. 그 이유는 박 정권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수사를 했다는 이유였습니다. 검사가 제대로 조사를 하고 잘못이 있다면 바로잡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들에게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는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절대 가치였습니다.

 

국정원 대선개입은 박 정권이 필사적으로 지켜야할 가치가 되었다

 

 

 

 

국정원의 조직적인 대선개입은 여전히 끝나지 않은 현실입니다. 대선개입과 관련해 자신이 댓글 몇 개로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고 강변하는 상황에서 이번 경찰 고위간부와 검찰 조직 인사는 그들이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지가 명확해졌습니다.

 

 

친일과 독재를 찬양하는 교과서를 만들고, 이를 실제 학교에 배포하려던 노력이 무산되자 교육부가 나서서 역사 왜곡을 가르치겠다는 대한민국의 역사는 분명 거꾸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원세훈과 김용판에 대한 1심 공판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어진 검경의 주요 보직 인사는 청와대의 의중이 무엇인지가 명확했습니다.

 

윤석열 검사와 권은희 수사과장은 공권력의 대선개입과 관련해 현 정부에 큰 부담이 되는 존재들이었습니다. 이들의 반박은 곧 국정원 대선개입과 관련해 윗선의 외압이 구체적으로 이어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습니다. 현 정권에 철저하게 부합하는 인사들은 승진을 하고, 이에 반하는 인사들은 모두 한직으로 물러나게 하는 것은 이들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명확해집니다.

 

여기자를 성추행한 이진한 검사의 경우 퇴출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인사에서 대구 서부 지청장으로 임명되었습니다. 이진한 검사가 이런 특혜를 받은 것은 윤석열 검사와 대립각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공안검사로 불리는 이진한 검사는 국정원 대선수사를 주도한 윤석렬 검사의 수사에 반기를 들었던 친 정부 성향의 검사라는 점에서 이번 인사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하기만 합니다.

 

이명박 정권이 주도하고 모든 것을 수혜 받은 박근혜 정권이 희대의 대선조작 사건을 이렇게 처리하겠다는 것은 과거 독재 권력들이 총칼을 들고 권력을 침탈한 것과 다름없는 행동일 뿐입니다. 스스로 댓글로 자신이 당선된 것이 아니라면 더욱 국정원 수사에 성역을 없애야만 합니다. 하지만 이런 성역 없는 수사를 해야만 하는 청와대가 나서서 현직 검찰과 경찰을 조작의 조직으로 유도하는 행위는 범죄일 뿐입니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 특별수사팀을 이끌었던 윤석열 여주지청장은 대구고검으로 발령이 나고, 수사팀 부팀장 구실을 했던 박형철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부장은 대전고검으로 밀려났습니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수사를 정석대로 했다는 이유로 자신의 천직이었던 검찰 조직에서 이렇게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은 결코 묵과할 수 없는 권력 남용일 뿐입니다.

 

 

회사에서 내부고발자를 대하는 방식과 같은 불법행위가 국가의 중추 권력인 검찰과 경찰 조직에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문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용기를 내서 권력에 맞서 싸울 수 있다는 말인지 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부당한 권력에 맞서려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놔야 한다는 현실 속에서 대한민국의 앞날은 더욱 심각한 수준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정원 대선개입을 담당한 검사들만이 아니라, 이른바 '채동욱 찍어내기'에 반발하며 '법무부 장관의 감찰지시가 부당하다'고 공개 반박했던 박은재 대검찰청 미래기획단장도 부산고검으로 발령이 났습니다. 채동욱 전 총장을 비롯해 국정원 사건에 관련됐던 모든 검사들이 불이익을 받은 이번 인사는 청와대가 개입해 국가 권력을 자신들을 위한 충성 조직으로 만들겠다는 속셈이라고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철저하게 권력의 개가 되기를 요구하는 이번 검경의 인사 조치는 그들 조직이 나서서 반발을 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검찰과 경찰로서 그 누구보다 선명한 조직이 되어야 하고, 어떤 불의 앞에서도 당당해야만 하는 그들이 권력의 시녀가 되었다는 사실은 명예와 결부된 문제라는 점에서 심각합니다. 자신들의 명예를 땅에 떨어트리고 오직 권력에 의해 뒷정리나 해주는 수준으로 전락한 그들로서는 스스로 이런 상황에 분개해야만 합니다.

여기자를 성희롱한 현직 검사에 대한 이중자대 역시 그들이 얼마나 추악해지고 있는지 잘 보여줍니다. 2012년 술에 취해 여성 기자를 성추행했던 서울남부지검 최 모 부장검사는 사건 발생 다음날 광주고검으로 대기 발령된 뒤 감찰조사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같은 잘못을 저지른 이진한 검사만이 고검행이 아닌 수평이동을 한 것은 그가 보인 친 정부적인 발언과 행동 덕이라고 밖에는 볼 수가 없습니다. 권력의 시녀 역할을 하면 성추행을 해도 아무런 상관없다는 이 잔인한 현실에 부끄러워하고 분개해야만 하는 조직은 바로 검찰입니다.

 

사법시험 출신이 총경까지 무난하게 올라가는 것과 달리, 권은희 서울 송파경찰서 수사과장 역시 총경 승진 인사에서 탈락한 것은 한 가지 외에는 없습니다. 모두가 권력의 앞잡이 노릇에 혈안이 되어 있는 사이 권은희 수사과장 홀로 진실을 이야기했기 때문입니다.

 

 

진실을 이야기하는 이들이라면 직업과 나이, 그리고 신분도 따지지 않고 재갈을 물리고 있는 현 정권은 독재 시절의 권력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자신에게 반하면 모두 비상식적 행동이고, 자신이 원하는 것만이 상식적인 세상이라고 일갈하는 권력은 더는 권력이어서는 안 됩니다. 윤석열 검사 등에 대한 좌천이 끝난 후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의 발언은 그래서 심각하게 다가옵니다.

 

"황교안 (법무)장관님과 김진태 총장님이 아무쪼록 잘 이끌어 주셔서 대한민국의 자유를 잘 지켜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항상 격려해 주시고 위로해 주셔서 감사하다.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지만 대한민국 지키는 일에 최선을 다해달라"

 

박정희의 유신정치를 만든 일등공신인 김기춘이 박근혜 정권에 의해 비서실장으로 옹립되었고, 그렇게 대를 이어 독재 권력을 떠받치는 존재가 된 김기춘 비서실장이 부당한 인사가 마무리된 후 검사 조직들에게 간곡이라는 말까지 써가며 대한민국 자유를 들먹이는 행위는 국민들을 당혹하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국정원의 대선개입은 여전히 끝나지 않은 문제이고, 이미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대선은 다시 치러야만 하는 불법 선거임이 분명합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선거조작을 제대로 수사해보려던 현장의 검사와 경찰들이 불이익을 당하는 상황은 분명 잘못된 세상임이 분명합니다. 권력이 강할수록 그 권력에 대항할 수 있는 강력하고 강직한 조직이 필요한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런 권력들마저 집어삼키려는 행위는 그저 독재와 다를 바 없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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