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2. 28. 11:16

월세 남기고 떠난 세모녀의 자살, 남의 일이 아닌 우리의 현실이다

기업들에게는 당근을 주고 서민 노동자들에게 채찍을 집어든 현 정부의 행태는 여전히 고압적입니다. 국민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정권의 앞 날이 어떻게 될지 불안한 상황에서 2014년 대한민국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 터졌습니다.

 

서민들의 삶 붕괴된 현장 그대로 보여준 세모녀의 자살

 

 

 

 

지하 셋방에 세들어 살던 세모녀가 함께 동반 자살을 선택했습니다. 죽는 것보다 사는 것이 좋다는 말들을 많이 하지만, 그녀들에게 현실의 삶은 죽음보다 좋지 않았던 듯합니다. 삶의 의욕마저 제거당한 상황에서 그녀들이 선택한 그 죽음은 그래서 우리를 더욱 아프게 합니다.

 

5만원 권 14장이 든 하얀 봉투와 "주인아주머니께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적힌 마지막 유서는 서럽게 다가옵니다. 월세와 공과료를 남기고 떠나면서까지 죄송해야만 했던 세모녀의 삶은 과연 그녀들만의 문제였을까요?

 

방광암으로 숨진 남편으로 인해 500만원에 월세 38만원을 주고 살아온 2층짜리 단독주택의 반지하방은 10평 남짓했다고 합니다. 남편이자 아버지의 죽음으로 궁지에 몰려 반지하로 옮긴 그녀들의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었습니다. 큰딸은 당뇨와 고혈압에 시달렸지만 돈이 없어 병원 치료도 제대로 받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작은딸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신용불량자가 되어버린 자매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이런 식의 단기 아르바이트가 전부였기 때문입니다. 이런 딸들을 대신해 60대 어머니가 식당에서 일을 하며 살아갔던 그녀들의 삶은 어머니의 부상으로 최악의 상황에 몰리고 말았습니다. 

 

1월말 넘어져 다친 오른팔로 인해 일을 나가지 못하며 그녀들의 삶은 최악으로 몰리고 말았다고 합니다. 오직 어머니가 일해서 살아야 했던 그녀들에게 어머니의 부상은 곧 절박함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지독한 상황에 처했던 그녀들은 해서는 안 되는 선택을 했습니다. 자신들의 전재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현금 70만원을 남긴 채 지독한 현실과 마지막을 고했습니다. 

 

지난해부터 50만원으로 오른 월세와 공과금을 남기고 떠난 그녀들이 마지막으로 세상에 남긴 "죄송합니다"라는 말은 그래서 더욱 서글프게 다가옵니다. 왜 그들은 그 좁은 반지하방에서 죽음을 준비해야 했고, 마지막 가는 길에서마저 세상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 밖에는 내놓지 못했을까요?

 

서민들을 지독한 고통으로 이끄는 암은 한 가족을 몰락으로 이끌었습니다. 사회적 보장이 되지 않은 암은 결국 이 가족들을 절벽 앞으로 내몰았고, 서민들의 표시가 되어버린 신용불량이라는 딱지는 30대 딸들을 절망으로 이끌었습니다. 제대로 된 직장에 취직도 할 수 없는 신용불량은 결과적으로 그녀들에게 삶의 의지를 박탈했습니다. 

 

살고 싶어도 살 수 없는 현실 속에서 그녀들이 선택할 수 있는 삶이란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희망이 없는 삶이 그녀들에게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겨웠을지도 직접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우리가 그녀들의 고통을 인식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수많은 청춘들과 서민들이 그 지독한 신용불량이라는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왜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가지지 못하고 죽음을 선택했느냐고 책망하는 이들도 많을 것입니다. 신용불량자가 된 것을 사회 탓으로 돌리지 말라고 하는 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나는 잘 먹고 잘사는데 왜 그들은 그렇게 힘들게 사냐며 조롱하는 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편안한 삶과 순탄한 삶을 살 수 없기 때문에 국가의 역할은 중요합니다. 

 

국가란 보다 많은 국민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럼에도 빈부의 격차가 극대화되고, 서민들의 삶이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아가는 사회 속에서 서민들에게 희망은 점점 사라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망가져가는 서민들의 삶을 정상적인 삶으로 되돌리기 위한 노력은 바로 정치꾼들의 몫입니다. 국가가 국가의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오직 자신들의 안위만 걱정하는 정치꾼들은 이번 세모녀의 죽음을 심각하게 고민해야만 합니다. 세모녀의 죽음은 그저 그녀들만의 죽음이 아닌 수많은 서민들의 실제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그녀들을 죽음으로 내몬 것은 바로 우리 사회라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제 블로그가 마음에 들면 구독+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