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19. 12:51

박근혜 진도방문 찬양 일변도의 언론의 선정 보도, 만족하십니까?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는 우리의 모든 것을 드러낸 참사였습니다. 단순히 구조되지 못한 어린 학생들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며 차가운 바다 속으로 침몰했음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정치인들은 이 시기를 노려 얼굴 내밀기에 여념이 없었고, 대통령을 찬양하기에 급급한 언론은 선정 보도는 황당하게만 다가옵니다.

 

언론의 기능 저버린 한심함 속에 대통령 찬양만은 잊지 않았다

 

 

 

 

사고가 터지며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정부였습니다. 잘나서가 아니라 어쩌면 이렇게 못나고 한심한지 이해할 수가 없을 정도였기 때문입니다. 침몰 이후 3일이 되고 있는 현재까지도 탑승객과 실종자 숫자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숫자놀이에만 빠져있는 대한민국 정부는 기본적으로 재난과 관련한 그 어떤 능력도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작부터 어긋난 정부의 재난관리시스템은 후진국의 재난대비보다 못하다는 생각을 하게 할 뿐입니다. 후진국에서나 나오는 해난 사고에 이어, 후진국보다 못한 재난관리시스템은 결과적으로 참혹한 현실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착잡하게 다가올 뿐입니다.

 

10cm 앞도 안 보이는 현장에서 일을 하는 다이버는 목숨을 걸고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잠수병에 걸릴 수도 있는 상황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도 의심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문제는 그저 책상 앞에서 숫자놀음을 하는, 문제는 그런 숫자도 제대로 합산하지 못하는 정부 책임자들의 한심한 작태가 문제일 뿐입니다. 그리고 현장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오직 정부의 잘못된 발표만 그대로 받아 전하는 언론의 행태는 실종자 가족들과 국민 모두를 분노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국가적 재난 사고가 발생했을 때 과연 정부는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처하느냐는 중요합니다. 어떤 사고가 어떻게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국가적 재난에 대처하는 정부의 역할은 곧 국가의 힘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측면만 본다면 대한민국은 결코 선진국일 수 없었습니다. 아니 후진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대한민국 해안에서 벌어진 침몰 사고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정부에서 제대로 재난 사고를 대처할 수 있는 리더가 존재하지 않음을 잘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는 대한민국의 총체적 난국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이었습니다. 선주사의 잘못과 이명박 시절 완화된 정책으로 인해 30년 된 노후한 배도 여객선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법안은 결국 처참한 참극으로 이어지게 만들었습니다. 20년 된 일본에서 제작되어 출항해왔던 로로호는 국내에 유입되었고, 여객선이 추가된 이 여객선은 엉망으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여객선을 운항하는 승조원들의 정확한 숫자도 선사와 선장이 기록한 보고서가 다르고, 그러다보니 당연하게도 최종 승선 인원 역시 최대 30명까지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더욱 한심한 것은 배에 얼마나 많은 화물이 실려 있는지 보고서에는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수십 톤의 트럭들이 배에 들어가는 모습이 인천 항구 CCTV에 담겨져 있었음에도 보고서에는 없다고 나온 상황은 대한민국의 운항 정책이 얼마나 엉망인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입니다.

 

현재 침몰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엄청난 규모의 화물이 한쪽으로 몰리며 급격한 침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서류상에는 존재하지 않은 화물은 이번 사건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누구도 사고를 예상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사고 후 보여준 대처가 문제입니다.

 

선장을 비롯한 핵심 인력들은 침몰하는 배에서 승객들을 탈출시키는 임무를 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선장과 함께 했던 승조원들은 가장 먼저 탈출을 했습니다. 심지어 선장을 물 한방울 묻지 않은 상태로 겨우 구조된 승객들 틈에 끼어 치료를 받는 모습은 경악스럽기까지 했습니다. 해경 역시 선장이 누구인지에 대한 인지도 못하고 승무원들이 복장을 갖추고 있었음에도 그들을 먼저 구조하는 모습은 황당했습니다.

 

이탈리아 호화여객선 코스타 콩코르디아 사건은 전 세계적으로 큰 충격이었습니다. 이 사건이 정말 충격이었던 것은 바로 수천 명의 승객을 두고 가장 먼저 탈출을 시도한 선장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선장에게 곧바로 배로 돌아가 승객 탈출에 앞장서라고 명령하는 이탈리아 해경의 모습은 현재의 세월호를 보면 더욱 답답함으로 다가옵니다.

 

 

선박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인물들은 승객들보다 앞서 탈출에 성공하고 승객들을 안내하는 업무를 맡았던 승무원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승객들을 구하다 숨지는 상황은 처참합니다. 무너져가는 배와 마지막 순간까지도 승객들의 안전과 탈출을 도왔던 이가 22살 어린 승무원이라는 사실은 아픈 현실일 수밖에 없습니다. 부도덕한 리더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세월호는 너무 잘 보여주었습니다. 

 

부도적한 선장의 한심한 작태는 현장을 찾은 정치인들의 모습에서도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그들이 현장을 찾아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언론에 노출되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저 현장을 바라보며 그저 열심히 해주세요가 전부인 그들의 행차는 결국 구조자에 집중해야 하는 현장에 마비를 불러온다는 사실입니다. 정치인들을 영접하기 위해 모든 것이 멈춘 상황은 결국 차가운 물속에 있는 수많은 생존자들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절정은 대통령의 방문이었습니다. 대통령이기 때문에 현장을 방문하는 것이 어떤 측면에서는 당연함으로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이라면 더욱 방문을 고민해야만 했습니다. 대통령의 방문은 결국 수많은 수행원들을 대동할 수밖에 없고, 현장의 모든 인원들이 대통령 맞이하기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사실이 문제입니다. 결국 이런 우려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한 살 많은 오빠가 자신이 입고 있던 구명조끼를 벗어주고 엄마와 아빠가 위로 올려 보내 겨우 생존한 6살 소녀는 안정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어느새 대통령을 위해 체육관 현장에 나와야 했습니다. 병실에서 안정을 찾기에도 바뿐 상황에서 대통령이 방문한다는 이유만으로 현장으로 나와 대통령과 사진 한 장을 찍어야 하는 어린 소녀에게 이 상황이 어떻게 기억될지 아득하기만 합니다. 

 

자신을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던진 부모와 오빠에 대한 안타까움이 직접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아이를 체육관에 불러와 사진을 찍는 이 지독한 행태는 한심스럽기만 합니다. 여기에 대통령이 실종자 가족의 전화번호를 가져와 직접 통화를 했다는 사실을 대서특필하는 언론은 결국 대통령 홍보기관이 불과할 뿐이었습니다.  

 

대통령의 발언에 박수를 치는 장면을 담아 무한 반복하는 언론은 분노한 실종자 부모들의 모습은 결코 담지 않았습니다. 오직 그저 대통령의 은혜에 감사하는 실종자 부모들의 모습이라고 추켜세우며 보여주기에 급급한 언론은 과연 정상적인 언론인지 의심스럽게 합니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보도에 집착하는 재난 보도도 모자라 이제는 대통령 찬양 보도에 열을 올리는 언론은 처참하기만 합니다.

 

"산소통 메고 구조 활동 할 계획이 아니라면 정치인, (지방선거) 후보의 현장방문, 경비함 승선은 자제해야 한다" 노회찬 정의당 전 의원의 이 말은 촌철살인으로 다가옵니다. 구조 활동에 직접 나설 것이 아니라면 현장에 갈 이유가 없다는 그의 발언에 정치꾼들은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할 뿐입니다. 현장 사실을 숨기고 자신의 역할을 부풀리기에 여념이 없는 현 상황에서 실종된 승객들도 그들을 기다리는 부모들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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