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29. 11:21

세월호 희생자 故 박수현 군 아버지의 분노, 정부와 언론은 없었다

세월호가 침몰한지 13일이 넘었지만 단 한 명의 구조자도 없이 시간만 흘러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오직 대통령 하나 구하겠다고 총리가 나서서 재난 구조에 모든 것을 바칠 생각은 하지 않고 사퇴나 하는 한심한 국가에는 미래가 보이지 않습니다. 故 박수현 군의 아버지 박종대씨가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는 다짐이 당연하게 느껴지는 현실이 더욱 참혹하기만 합니다.

 

故 박수현 군이 남긴 마지막 영상과 아버지의 분노

 

 

 

 

 

이제 17살이 된 아들을 떠나보낸 아버지는 초췌하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아들을 수습하고 받은 마지막 유품이 된 휴대폰에 찍힌 사고 현장의 모습은 처참함과 끔찍함을 그대로 담고 있었습니다. 너무 순진하고 착해서 죽을 수밖에 없었던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의 모습은 살아남은 자들을 서글프게 합니다. 

 

 

JTBC에 편집된 방송으로 공개되었던 故 박수현 군의 마지막 영상은 뉴스타파에도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그리고 뉴스타파는 최대한 아이가 남긴 마지막 영상을 그대로 담아냈습니다. 그 와중에서 세월호와 진도 VTS 사이의 교신 내용과 선장과 승무원들의 탈출, 그리고 선내에 울려 퍼진 자리를 지키라는 안내방송까지 모든 내용들을 시간흐름으로 배치한 이 영상은 끔찍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아이들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 선내 방송만 믿고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배는 점점 기울고 아이들은 어지럼증을 호소하고, 토하고 싶다는 말까지 할 정도로 혼란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이런 순간에도 아이들은 서로를 챙기기에 바빴습니다. 구명조끼를 입기를 권하고, 함께 있던 친구들의 이름을 호명하며 누가 없는지 확인하는 아이들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들이 그렇게 허망하게 죽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의 영상을 얼굴 모자이크와 음성 변조만 한 채 모두 공개해달라는 희생자 아버지의 마음에는 이런 현장의 모든 것을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가 왜 이토록 언론과 정부를 믿지 못하고 저주할 수밖에 없었는지는 소시민으로 살아오면서 품지 않았던 분노를 아들의 희생 앞에서 강렬하게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언론이 권력의 시녀가 되든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일반 서민들에게는 큰 문제로 다가오지는 않았습니다. 이는 그만큼 살기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회적 문제에 신경 쓰기보다는 하루하루를 살아내기가 힘겨운 그들에게는 그저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단순한 철학이 지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막말로 누가 정권을 잡든 최소한 큰 불편 없이 살아갈 수 있기를 원하는 이들은 대부분이었다는 것 역시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번 세월호 참사를 통해 우리는 많은 것을 새삼스럽게 다시 깨닫게 되었습니다.

 

능력이 없는 정치인이 정치를 하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 수밖에 없는지 세월호는 너무나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크게 문제 삼지 않았던 언론의 몰락이 세월호 참사가 터지며 얼마나 큰 문제인지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실제 현장에서 수많은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는데도 언론은 뻐꾸기처럼 정부가 내민 보도 내용만 읊는 수준이었기 때문입니다. 사고 소식을 아내에게 듣고 급하고 학교로 향한 故 박수현 군의 아버지의 일상을 보면 우리 사회 권력과 언론이 얼마나 타락해 있는지가 명확해집니다.

 

모두 생존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생수 두 병을 사서 다시 학교로 가는 동안 모든 것이 바뀌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구조는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진도로 향하던 차 안에서도 방송은 꾸준하게 모든 이들이 구조되었고, 현재는 선실을 수색하며 혹시나 있을 실종자를 구조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 시간이 1, 2시였다 라는 점에서 이 언론들이 얼마나 무책임하고 자신의 역할을 방기하고 살았는지가 명확해집니다.

 

배가 침몰하기 시작하고 선미만 남기고 침몰한 후에도 방송은 선내에 남아있을 실종자를 찾기 위해 수색중이라는 방송을 할 정도였다는 것은 범죄나 다름없습니다. 현장의 소식과 상황을 파악하고 정확한 보도를 해야만 하는 언론은 자신의 책무를 버린 채 이명박 시절부터 습관이 된 정부의 입노릇만 하기에 급급했기 때문입니다.

 

피해자 가족들이 언론을 불신하고 그들에게 분노를 표하는 이유는 그래서 더욱 분명해집니다. 그 어떤 주류 언론도 정확한 내용을 보도하지도 않았고, 잘못을 꾸짖는 이들도 없었습니다. 사고 후 가장 중요한 골든타임에 그들은 그저 정부의 입만 바라보며 그들의 거짓말을 그대로 전달하는 데에만 급급했으니 말입니다.

 

 

철저하게 메말라버린 힘겨운 아버지는 조용하지만 강력하게 현 정부의 안일함과 부도덕성에 분노했습니다. 아이들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구조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정부는 철저하게 국민을 기만해왔습니다. 그리고 그런 기만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는 점에서 이번 사고의 진짜 책임자가 누구인지는 명확하기만 합니다.

 

어느 편이 아니라 최소한 사실 그대로 보도를 해달라는 아버지의 말은 너무나 아프게 다가옵니다. 믿었던 정부도 방송도 모두 철저하게 사회적 약자인 그들을 팽개친 채 호도하기에만 급급했습니다.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총력 구조'를 해야만 하는 상황에서도 언딘마린이 현장을 장악한 현실은 이 정부가 얼마나 한심한 존재들인지만 명확합니다. 모두가 달려들어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상황에서 특정 단체가 장악할 수 있도록 배려한 이 나라는 정상은 아닙니다. 

 

생존자를 구조하기 위해 한달음에 달려간 민간잠수사들은 철저하게 외면 받고, 언딘이 돈을 주고 산 잠수사들만 현장에 투입된 현실은 정부가 철저하게 배와 함께 침몰한 300명이 넘는 승객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故 박수현 군 아버지가 이야기를 하듯, 배안에 갇힌 300명 중 단 한 명이라도 살아있다면 구조를 아껴서는 안 되는 것이라는 말은 그래서 더욱 아프게 다가옵니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당연해야 할 이 명제가 대한민국에서는 사치가 되어버렸다는 사실은 두렵게 다가옵니다. 살아있을 수 있는 생명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인양에만 집중을 하는 한심한 작태는 결과적으로 침몰과 함께 정부가 살아있을 수 있었던 수많은 생명들을 모두 버렸다는 것으로 이해될 수밖에 없습니다. 희생자 아버지가 철저하게 메마른 감정으로 분노를 토하며 쏟아낸 이 말들은 그래서 더욱 강렬함으로 다가옵니다.

 

故 박수현 군의 아버지가 이 나라에서는 국민의 존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말은 공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 하나만 봐도 국민을 존엄하게 봤다면 할 수도 없는 행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벌이는 이 한심한 권력 벌레들의 모습은 저주스럽게 다가올 뿐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얼음물에 갇힌 고래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데 우리 국민은 미국 고래보다 못한 존재가 되었다는 장탄식은 우리를 더욱 아프게 합니다. 인명경시 풍조가 극대화되고, 오직 돈만이 모든 것의 가치적도가 되어버린 현실 속에서 우리는 그렇게 수백 명의 희생자를 잃어야만 했습니다. 아이들의 손가락이 부르튼 시체들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살고 싶었던 그 아이들의 소망의 흔적들이었습니다.

 

남은 딸이 학교를 졸업하면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는 박종대씨의 분노는 그래서 더욱 아프게 다가옵니다. "여기서 뭘 믿고 삽니까. 진실이 있습니까. 문제가 생기면 해결을 합니까. 책임지는 사람이 있습니까. 그 사람들을 위해서 세금내고 살 필요가 있습니까" 누가 감히 아들을 먼저 보낸 아버지의 분노를 지나칠 수 있을까요? 그저 너무나 당연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만으로도 뭔가 대단한 특혜를 요구하는 것 같은 세상이 되어버린 대한민국에 희망을 찾지 못하는 박종대씨의 분노는 그렇게 우리를 아프게 합니다.


제 블로그가 마음에 들면 구독+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