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30. 08:19

박근혜 사과 유가족 기자회견으로 형식적 사과를 거부했다

분향소를 급하게 찾은 대통령을 환영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 누구도 환영하지 않은 자리에 인의 장막을 치고 사진 찍기에 급급한 대통령의 모습에서는 잘못에 대한 반성이란 찾아볼 수조차 없었습니다. 국무회의 석상에서 그들에게 하는 사과는 과연 누구를 위한 사과인지 의아하게 합니다. 대통령의 조화를 분향소 밖에 내던져버린 유가족의 마음이 곧 국민의 마음이라는 사실은 중요합니다.

 

국가안보처 신설? 유가족의 분노가 더욱 현실적이다

 

 

 

국무회의를 주체하며 대국민사과를 하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번 사고는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집니다. 과연 14일이 되어 겨우 사과한다는 말을 꺼내기가 그렇게 힘들었던 그가 피해자 가족 앞에서는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꿈쩍도 하지 않더니, 국무회의 석상에서 자신의 사람들 앞에서 내놓은 사과는 누구를 위한 사과인지가 궁금해집니다.

 

 

조문을 나서 유가족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그 어떤 이야기도 하지 않은 채 형식적인 대응에만 그치던 대통령은 뻣뻣하기만 했습니다. 유가족들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그들의 아픔을 마음으로 이해하고 진심어린 사과가 그렇게 힘들었을까요? 최소한 거짓말은 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대통령은 유가족 앞에서 사고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사전에 사고를 예방하지 못하고 초동대응과 수습이 미흡했던 데 대해 뭐라 사죄를 드려야 그 아픔과 고통이 잠시라도 위로를 받으실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번 사고로 희생된 분들에게 깊은 애도를 드리고, 가족과 친지, 친구를 잃은 슬픔과 고통을 겪고 계신 모든 분에게 진심으로 위로를 드린다"

국무회의 석상에서 건넨 이 사과에서도 결국 진정성을 느낄 수는 없었습니다. 언제나 그랬듯 진정성은 보이지 않는 영혼이 없는 사과답지 않은 사과는 이명박 시절에서도 유행이더니, 이번 정권이라고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한심함을 넘어 처참함으로 다가올 뿐입니다.

 

형식적인 사과 후 대통령이 내놓은 대안이라는 것이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국가안전처를 만들어 총리 산하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발언은 국민들을 다시 절망으로 이끌었습니다. 새로운 조직을 만들겠다는 것은 다시 그곳에 자신의 사람을 심겠다는 의지로 다가올 뿐이니 말입니다.

 

총리 산하의 새로운 조직만 만든다고 갑자기 재난사고 방지 시스템이 상시 작동될 가능성은 알 수가 없습니다. 현재 있는 시스템을 바로잡고 그 안에서 책임감 있는 행동만 한다면 현재와 같은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현재의 조직이 문제가 아니라, 그 조직의 핵심이 형편없는 낙하산들이 모두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형편없는 인의 장막은 결국 모든 문제의 시작이었다는 점에서 새로운 조직을 만든다고 달라질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정확한 사고 경위와 사고 발생의 진상 규명을 정식으로 정부에 요청한다"

 

"정부의 태만하고 기만적인 구조체계로 아이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음에도 구하지 못했다. 아직 바다에 남아 있는 어린 학생들을 재빨리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더 이상의 변명 없는 적극적인 태도를 촉구한다. 또 업무성과와 밥그릇 싸움, 집단이기주의로 똘똘 뭉친 권력층과 선박 관계자들, 교육부 관계자 등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지금 사조직이나 시민단체에서 진행되고 있는 성금 모금은 저희 유가족의 의사와 무관하며 자식을 잃은 저희들에게 성금은 너무나 국민들에게 죄송한 일임을 알려드린다. 동의하지 않는 성금 모금을 당장 중지해주시기 바란다"

 

"이 사고로 매일 울고 있는 안타까워하는 국민 여러분. 제 자식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무능한 저희 유가족에게 더 이상 미안해하지 말아달라"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은 더는 정부의 만행에 참지 못하고 대책위를 꾸렸습니다. 힘을 모으지 않으면 이런 부당함에 맞설 수 없다는 확신을 가진 이들의 선택은 당연했습니다. 눈앞에서 아이들이 배에 갇혀 있었음에도 단 한 명의 생존자도 찾아내지 못한 한심한 정부를 대상으로 유가족들이 힘을 모으는 것은 당연한 권리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김병권(50) 대책위 공동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들의 요구를 직접 밝혔습니다. 피해 가족들의 요구는 단순합니다. 여전히 바다에 남아 있는 어린 학생들을 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라는 요구입니다. 집단이기주의로 똘똘 뭉친 권력층과 정부 관계자들의 횡포는 더는 있어서는 안 된다는 그들의 분노는 자연스럽게 다가옵니다.

 

성금 역시 국민들에게 죄송한 일이라며 중지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함께 아파하고 진심을 담아 울어주었던 국민들이 마음까지 담아 성금까지 전달하는 상황이 그들에게는 그 어떤 것보다 부담스럽고 아픈 일이었는지 모릅니다. 정작 책임을 져야 할 관계 당국의 형편없는 행동들과 비교되는 국민들의 마음은 그래서 더욱 아프고 미안하게 다가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국민 모두에게 자식들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무능한 유가족에게 더 이상 미안해하지 말아달라는 말은 그래서 더욱 아프고 힘겹게 다가왔습니다. 유가족들은 헌화를 하러 온 대통령에게 분노했고, 대통령의 이름이 적힌 화한을 밖으로 내던져 버렸습니다. 대통령이라는 자의 한심한 작태를 더는 인정할 수 없다는 분노의 표시이기도 했습니다.

 

유가족들 앞에서 진심어린 사과도 하지 않은 채 뻣뻣하게 대립이라도 하듯, 버티고 그렇게 사라져버린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새로운 부처를 만들어 국민 개조를 하겠다는 한심한 발언은 그래서 섬뜩합니다. 박정희 시절 국민개조를 하겠다며 나서던 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은 이 황당한 주장은 자신은 특별하지만 국민들이 미개해서 문제가 생겼다는 인식이라는 점에서 당혹스럽기만 합니다.

 

사고 수습에서 보인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수습하고 처리하겠다는 구체적인 답은 보이지 않은 채, 오직 '국가 개조'를 하겠다는 말만 반복하는 대통령의 행동은 유가족들이 분노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여전히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은 채 지시만 하는 이 권력은 과연 누구를 위한 권력인지 한심스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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