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5. 9. 11:52

청와대 세월호유족 방문 유가족의 분노는 곧 국민의 분노다

어버이날 아이들을 가슴에 묻어야 했던 유가족들은 KBS를 항의방문하고 이어 청와대로 향했습니다. 아직 자신의 꿈을 피워보지도 못한 채 차가운 바다 속으로 사라져버려야 했던 아이들을 가슴에 세기고 분노를 삭히지 못하고 행진하던 유가족들의 모습은 국민의 분노와 동일했습니다.

 

적반하장 KBS, 유족들 대상으로 법적 대응하려고 하나?

 

 

 

 

KBS의 편파보도에 이어 김시곤 보고국장의 막말은 최악의 상황을 만들고 말았습니다. 유가족들의 분노에 못 이겨 조문을 갔던 KBS 고위간부가 멱살을 잡히고 감금당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앵커들에게 더 이상 검은 옷을 입지 말라고 요구하고,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숫자보다 적다는 막말을 했던 김시곤 보도국장으로 착각한 유가족에 의해 발생한 사고는 이번 논란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문제는 지난 8일 오후 3시50분께 임창건 한국방송 보도본부장 등 임직원 6~8명이 합동분향소에 들러 분향하려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유족 3~4명에게 끌려나오면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격앙된 유족들은 보도국장을 찾았지만 그곳에는 논란의 핵심에 서 있던 보도국장은 존재하지도 않았습니다.

 

취재주간이 분노한 유가족들의 "누가 보도국장이냐?"는 외침에 고개를 숙이며 혼란을 가중시켰습니다. 그가 보도국장인 줄 알고 분향소 옆에 마련된 유가족 대기실로 데려가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그 사이 상황을 정리해야만 하는 이들이 취재주간을 남겨둔 채 사라지며 문제를 더욱 키웠습니다.

 

보도국장이 아니라고 설명하고 유가족들의 분노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깊은 고민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정석이었지만, KBS 간부들은 취재주간을 볼모로 삼고 도망치기에만 급급했습니다. 멱살잡이를 당하고 김시곤 보도국장이 직접 나와 '왜곡보도'에 대해 사과하라는 요구가 과연 잘못된 것인지 의아하기만 합니다. 의도적으로 상황을 방조하기라도 한듯한 KBS의 행태는 여전히 한심스럽기만 합니다.

 

"어떻게 교통사고랑 세월호 사고를 비교하느냐. 미친 사람도 그런 보도 안 한다. 당장 케이비에스 직원들 상복 입고 와서 사과하고 분향하라. 왜 자꾸 오보를 쓰느냐. 사장과 보도국장이 와서 사과하지 않으면 아이들의 영정을 들고 방송사로 가겠다"

 

교통사고랑 세월호 사고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황당하고 비윤리적이며 도발적인 행동인지는 온 국민이 알고 있는 일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왜곡 보도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다 드러난 상황에서 KBS가 보이는 행태는 비난을 받아 마땅했습니다.

 

 

KBS가 유독 비난을 더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들이 하는 행태가 현 정권과 유사하다는 사실입니다. 사과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과는 하지 않은 채 오직 자신들은 잘못이 없다고만 외치고 있는 현실은 한심스럽기만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YTN의 태도 변화는 주목할 만 합니다.

 

"이상호 기자의 욕설이 시발점이 돼 연합뉴스가 공격을 받았다. 현장에서 공정보도를 위해 노력했고 고생도 많이 했는데, 특히 주니어 기자들을 위주로 상처를 받았고, 취재차량에 침을 뱉는 등 피해도 나타났다. 보도자료나 정부발표를 따랐다고 면죄부를 주지 않고, 논란이 있는 사안은 한쪽 입장만 다루는 게 용납이 안 되는 분위기인데, 취재관행의 개선이 필요하다" 

"문제가 된 사상 최대규모 수색총력 기사의 경우, 저널리즘적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기사. 현장은 팽목 항에서도 보이지 않아 현장 확인이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도 재난사고는 눈에 띄게 제목을 안달아도 되는데 제목상 무리한 측면이 있다"

 

KBS의 고자세와는 달리, 연합뉴스 총편집국장은 지난달 30일 연합뉴스 편집위원회에서 이상호 기자의 욕설 파문으로 논란이 됐던 '사상최대 규모수색 총력' 기사에 대해 보도의 문제를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연합뉴스 측의 잘못된 부도는 이상호 기자의 욕설로 논란을 키웠습니다.

 

이상호 기자의 분노는 곧 유가족과 국민들의 분노와 같았다는 점에서 연합뉴스가 타격을 받았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런 비난과 분노는 그들이 잘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결과라는 점에서 사필귀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연합뉴스 총편집국장의 발언은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거짓으로 일관하는 정부의 이야기를 그대로 보도하는 행태는 분명 문제입니다. 이명박 정권에 의해 고착화된 언론의 권력 시녀화는 박근혜 정부에서 더욱 강력해졌습니다. 이런 언론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보도 행태에서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연합뉴스 편집위원회 회의 발언록의 내용이 모든 사과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그나마 저널리즘의 가치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합니다. 이는 곧 유사한 문제를 다시 벌이지 않겠다는 다짐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큰 변화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KBS를 항의방문 했지만 그 어떤 것도 얻지 못한 유가족들은 청와대로 향했습니다. 모든 문제의 근원인 대통령과 면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성난 유가족들의 움직임은 당연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유가족들은 900여 명의 경찰들에 막혀 거리에서 밤을 새워야만 했습니다. 

 

유가족들의 분노에 청와대 책임자와 면담을 주선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는 했지만, 그들은 대통령과의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유가족과 국민들을 더욱 분노하게 한 것은 민 대변인의 발언이었습니다. 이 정권이 얼마나 경악스럽고 한심한 권력인지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지금 (청와대 진입로에) 유가족 분들이 와 계시는데, 순수 유가족분들의 요청을 듣는 일이라면 누군가가 나서서 그 말씀을 들어야 한다고 입장이 정리가 됐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얼마 전까지 KBS 앵커였던)이 보인 한심한 막말은 다시 한 번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교육부장관의 라면 먹는 사진을 두고 계란도 없이 먹은 라면인데 어떻게 황제 라면이냐며 반박했던 그의 막말은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면담을 요구하는 유가족들에게 한다는 이야기가 '순수 유가족'이라는 말로 폄하하는 발언은 현 정권의 문제가 무엇인지만 명확해졌습니다.

 

 

박준우 정무수석이 면담할 계획이라고 하지만, 이들의 행태는 그저 급한 불이나 끄겠다는 발상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없어 보입니다. 이런 한심한 작태가 결국 문제를 키웠고, 이런 현실이 수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사실을 아직도 알지 못하는 사실이 결국 가장 큰 문제입니다. KBS나 청와대 역시 여전히 자신들이 무슨 문제인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가족들의 분노는 쉽게 사라질 수는 없을 것입니다. 사고 직후부터 현재까지 흔들림이 없는 이 부도덕한 현실에 국민들도 함께 분노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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