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5. 10. 11:27

안산 촛불집회와 선동하지 말라는 수구언론, 그들은 여전히 가만히 있어라 한다

세월호 침몰이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가만히 있어라'라는 어른의 이야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드러난 추악한 문제들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부도덕한 권력이 만들어낸 것이었습니다. 이런 부도덕한 권력은 여전히 변할 가능성이 안 보이고 수구 언론들은 국민들의 분노를 애써 '선동'이라는 단어까지 써가며 비난하기에만 급급할 뿐이었습니다.

 

안산 촛불집회 2천여 명의 청소년들이 외치는 분노, 이게 선동인가?

 

 

 

 

애초 400여 명이 참석할 것이라는 예측과는 달리, 안산에는 청소년 2천여 명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섰습니다. 정미홍의 주장대로라면 누군가는 이 청소년들에게 6만원씩을 지급했나 봅니다. 그 엄청난 자금을 감당할 수 있는 이가 누구인지 알 수는 없지만, 순수한 분노마저 정치적인 수단으로 이용하는 수구세력들의 한심한 작태는 국민들을 더욱 분노하게만 합니다.

 

수구언론은 국민들의 분노를 일부 진보세력들이 조직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침몰이 곧 박근혜의 잘못이라고 주장하는 그들은 잘못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무조건 박근혜 구하기에만 급급해하는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박 정권을 비호하는 것만이 전부일 뿐입니다. 그들이 만들어준 달콤한 현실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박 정권이 유지되는 것이 필수불가결한 원칙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진보세력이 세월호 참사를 이용해 국민들을 선동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들의 주장에서 엿볼 수 있는 것은 국민들의 참혹한 죽음 속에서 그들은 타인의 슬픔과 분노를 진보세력에 대한 비판이란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을 뿐입니다. 정치적이라고 비난하면서도 정치적인 수단으로 비난을 하는 수구언론의 한심한 작태가 오늘의 문제를 만들었다는 사실만은 변치 않을 것입니다. 

 

지난 9일 안산에서 있었던 촛불집회의 시작은 크지 않았습니다. 촛불을 켜지 않았던 오후 6시30분, 정부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 제3주차장에 학생 250여명이 모여 '잊지 말아주세요'라는 노란색 도화지를 손에 들고 안산 문화광장으로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한참 재잘거리기 좋아할 아이들이지만, 2km 가까운 1시간 동안의 이동 중에 그 누구도 어떤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억울하게 죽어간 친구들을 추모하기 위해 침묵 행진을 하는 그들에게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부담으로 느껴질 정도로 무거운 침묵만이 존재할 뿐이었습니다.

 

 

아이들의 침묵 행진에 교사들과 경찰들은 보호를 했고, 지나던 모든 이들은 그들에게 길을 내주었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안산 문화광장은 조용했습니다. 하지만 20분이 되지도 않은 시간동안 2천 여 명의 학생들은 안산 문화광장에 모였습니다. 250여 명의 학생들은 거대한 무리가 되어 2천여 명의 학생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을 가득매우며 친구들의 죽음을 애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전날 유가족들은 거짓 보도를 일삼은 KBS를 항의 방문했고, 무능한 정부에 대한 분노로 청와대까지 행진을 했습니다. 오열을 하며 걸었던 유가족들은 KBS 사장이 외면하고, 청와대의 주인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거절로 그 누구도 만나지 못한 채 분향소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이 정권의 권력자들에게는 여전히 유가족들에 대한 관심도 배려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자신들을 위한 가치만 존재할 뿐, 자신들의 잘못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나 뉘우침도 존재하지 않을 뿐입니다. 그들이 이번 세월호 침몰과 관련해 진심어린 반성을 한다면 수신료을 인상하겠다고 나서지는 못할 것입니다. 모두가 힘겨워하는 상황에 기레기라는 비난을 받는 KBS의 시청료를 올려주겠다고 나서는 새누리당의 인면수심은 그들의 정체가 무엇인지만 명확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청와대 앞에 유가족들이 밤새워 분노하고 있는 사이, 청와대 안에서는 경기 부양을 위해 분위기 쇄신을 하라는 대통령의 지시만 존재할 뿐이었습니다. 방통위에 공안검사와 뉴라이트 인사를 전면 배치시키는 박 대통령의 가치는 오직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집착만이 존재할 뿐이었습니다. 현재의 언론 통제도 부족해 이제는 더욱 가학적인 방식으로 언론을 장악하겠다는 이들 정권의 행동은 경악을 넘어 추악함으로 다가올 뿐입니다.

 

 

수구세력은 침몰하는 대한민국을 바라보면서도 "선동하지 말라"라는 말을 앞세워 '가만히 있으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침몰하고 있고 이런 침몰 속에서 살겠다고 나서는 국민들에게 그저 '가만히 있으라'고 비난하는 수구세력의 모습은 세월호 침몰과 너무 닮아 있어 무섭기까지 합니다.

 

"사고 뒤 어른들이 좀더 노력해줬다면 저희의 눈물이 좀 덜 나왔을 것으로 생각한다. 다음 달 브라질 월드컵 경기가 시작되면 세월호 사고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질까봐 무섭다. 대구 지하철 사고 때도 그랬다. 저희가 잊으면 앞으로 이런 일은 계속될 것이다. 제 친구들이 빛나는 별이 되었으면 좋겠다"

 

"저희의 슬픔은 지나가는 바람이 아닌 초석으로 남게 될 것이다. 우리는 분노한다. 우왕좌왕한 해경과 앵무새 언론, 무능한 정부의 모습을 보았다"

 

안산 문화광장에 모였던 청소년들은 한목소리로 현재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었습니다. 사고 뒤 어른들이 보여준 이 지독한 행동은 결코 좌시할 수 없는 행동이었습니다. 착한 학생들은 그저 어른들의 이야기를 충실하게 따랐다는 이유만으로 죽어가야 했다는 사실은 이들 청소년들에게는 지독한 트라우마로 남겨질 수밖에 없습니다.

 

브라질 월드컵이 열리면 세월호로 인해 죽어간 수많은 이들을 잊고 말 것이라고 두려워하는 청소년들의 분노에는 결코 이 지독한 현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이 있었습니다.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고통을 그대로 껴안고 있는 친구들이 보여준 분노는 국민들이 함께 느끼는 분노이기도 합니다.

 

청소년이 이야기를 하듯, 우왕좌왕한 해경, 앵무새 언론, 무능한 정부.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며 그들은 분노한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분노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을 만들고서도 '가만히 있으라'고 외치는 어른들의 잘못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촛불을 든 2000명의 청소년들은 마지막 촛불을 끄면서 "잊지 말아 주세요"라고 외쳤습니다. 그들이 잊지 말라고 외치는 것은 부당한 권력, 부도덕한 권력에 대한 분노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왜 수많은 학생들이 어른들의 이야기만 믿고 그렇게 죽어가야 했는지에 대해 우리는 분노해야만 합니다. 스테판 에셀이 왜 '분노하라'고 외쳤는지 우리는 다시 생각해야만 할 문제입니다.

 


제 블로그가 마음에 들면 구독+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