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5. 12. 19:11

MBC 기자성명에도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

KBS에 이어 MBC 기자들도 성명을 통해 참혹한 심정을 토로했습니다.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고 자기반성이라는 점에서 고무적인 것은 분명합니다. 억압되고 강압된 언론 통제 시대에 기자들이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반성한다는 것은 새로운 시작이자 발전의 계기가 된다는 점은 분명 중요합니다. 하지만 KBS가 사과쇼를 하고도 변하지 않겠다는 확실한 신호를 보낸 만큼 MBC도 변화는 어려워 보이기만 합니다.

 

MBC 기자들의 성명에도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

 

 

 

언론이 바로서야 사회가 바로설 수 있다는 진리는 우리는 이명박근혜 정권에서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권력에 의해 종속된 언론은 철저하게 사회를 외면하고 오직 한사람의 입에만 집착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종속된 노예근성은 대한민국 언론을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갔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정부의 무능이 얼마나 큰 죄악인지를 국민들에게 확실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무능한 정부와 부도덕한 권력이 하나가 되면 결과적으로 국민들을 잔인한 죽음으로 내몰 수밖에 없음을 지독한 방식으로 일깨웠습니다. 권력에 종속된 언론은 이런 무능을 질책하고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야 했지만, 이들은 부당한 권력을 감싸기에만 급급했습니다.

 

'기레기'라는 단어는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모든 이들에게는 가슴에 새겨야 할 단어입니다. 기자가 쓰레기가 되었다는 이 신조어는 언론의 중립이 깨지고 오직 권력의 시녀로 전락하며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부당함에 맞서 선명함을 보여줘야 할 기자들이 가장 더러운 쓰레기로 전락해버린 사회에는 더는 정의는 존재해 보이지 않습니다. 

 

권력도 돈의 노예가 되었고, 언론 역시 거대한 자본에서 자유롭지 못한 세상은 결국 대한민국이라는 사회 자체를 자본에 종속된 국가로 몰아넣을 뿐입니다. 사회의 부조리를 파헤치고,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야만 하는 언론이 스스로 권력과 자본의 종이 되어버린 사회에서 언론의 역할을 이야기하는 것조차 사치가 되어버린 대한민국에서 젊은 기자들의 반성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KBS 막내 기자들의 반성문에 이어 MBC 기자들 역시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더는 언론인으로서 이런 부당한 현실을 참을 수 없다는 마지막 분노와 닮아 있었습니다. 법마저 무시하는 언론사는 이미 자체적인 정화 작용이 붕괴된 상황에서 그들의 반성문과 성명은 결국 국민들에게 보내는 S.O.S 신호와도 같습니다.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박상후 전국부장의 발언은 과연 그가 인간인지 의심하게 합니다. 최소한 인간이라면 할 수 없는 막말을 쏟아냈습니다. 이 정권이 공통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금수의 길은 그 권력에 종속된 언론이라고 다르지는 않았습니다.  


"뭐하러 거길 조문을 가. 차라리 잘됐어. 그런 X들 (조문)해 줄 필요 없어"

 

"(KBS) 중계차 차라리 철수하게 되서 잘 된 거야. 우리도 다 빼고…. 관심을 가져주지 말아야 해. 그런 X들은…"

 

길거리 시정잡배들이 술에 거나하게 취해서 막말을 쏟아내도 이런 말까지는 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발언을 MBC의 전국부장이라는 자가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은 소리라는 사실은 경악스럽기만 합니다. 과연 이런 발언을 하는 것이 인간으로서 가능한 일인지 의심이 갈 정도로 박상후 전국부장의 발언은 충격입니다.

 

막말의 주인공인 박상후 전국부장은 지난 7일 민간 잠수부의 죽음이 실종자 가족들의 조급증 때문인 것처럼 보도해 물의를 일으켰던 주범입니다. 아이들의 시신이라도 수습하기 위해 현장에 뛰어들어 작업을 하다 숨진 민간 잠수부의 죽음을 매도하는 자는 역시 남달랐습니다. 유가족들에게 육두문자를 내뱉으며 조문할 필요도 없다는 막말을 아무렇게나 하는 자가 언론사 고위간부라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언론이 왜 위기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지난주 MBC 뉴스데스크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을 모욕하고 비난했습니다. 세월호 취재를 진두지휘해온 전국부장이 직접 기사를 썼고, 보도국장이 최종 판단해 방송이 나갔습니다.

이 보도는 실종자 가족들이 '해양수산부장관과 해경청장을 압박'하고 '총리에게 물을 끼얹고' '청와대로 행진'을 했다면서, '잠수부를 죽음으로 떠민 조급증'이 아니냐고 따졌습니다.

심지어 왜 중국인들처럼 '애국적 구호'를 외치지 않는지, 또 일본인처럼 슬픔을 '속마음 깊이 감추'지 않는지를 탓하기까지 했습니다.

국가의 무책임으로 자식을 잃은 부모를 위로하지는 못할망정, 그들을 훈계하면서 조급한 비애국적 세력인 것처럼 몰아갔습니다.

비이성적, 비상식적인 것은 물론 최소한의 예의조차 없는 보도였습니다. 한마디로 '보도 참사'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참사'를 막지 못한 책임, 저희 MBC 기자들에게 있습니다. 가슴을 치며 머리 숙입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해경의 초동 대처와 수색, 그리고 재난 대응체계와 위기관리 시스템 등 정부 책임과 관련한 보도에 있어, MBC는 그 어느 방송보다 소홀했습니다. 정몽준 의원 아들의 '막말'과 공직자들의 부적절한 처신 등 실종자 가족들을 향한 가학 행위도 유독 MBC 뉴스에선 볼 수 없었습니다. 또 유족과 실종자 가족을 찾아간 박근혜 대통령의 한마디 한마디는 빠짐없이 충실하게 보도한 반면, 현장 상황은 누락하거나 왜곡했습니다.

결국 정부에 대한 비판은 축소됐고, 권력은 감시의 대상이 아닌 보호의 대상이 됐습니다. 

더구나 MBC는 이번 참사에서 보도의 기본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습니다.

신뢰할 수 없는 정부 발표를 그대로 '받아쓰기' 한 결과, '학생 전원 구조'라는 오보를 냈는가 하면, '구조인력 7백 명' '함정 239척' '최대 투입' 등 실제 수색 상황과는 동떨어진 보도를 습관처럼 이어갔습니다. 실종자 가족에게 더 큰 고통을 준 것은 물론, 국민들에겐 큰 혼란과 불신을 안겨줬으며, 긴급한 구조상황에서 혼선을 일으키는데도 일조하고 말았습니다. 이점 희생자 가족과 국민 여러분께 사죄드립니다.

해직과 정직, 업무 배제와 같은 폭압적 상황 속에서 MBC 뉴스는 걷잡을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사실을 신성시하는 저널리즘의 기본부터 다시 바로잡겠습니다. 재난 보도의 준칙도 마련해 다시 이런 '보도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MBC가 언론 본연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끈질기게 맞설 것이며, 무엇보다 기자 정신과 양심만큼은 결코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MBC 기자회 소속 30기 이하 기자 121명 일동

MBC 기자들은 이런 황망한 현실에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세월호 취재를 진두지휘했던 전국부장이라는 자가 유가족들을 비하하고 막말을 일삼는 현실에서 정상적이고 객관적인 보도는 나올 수가 없었습니다. 박 정권을 위태롭게 만든 세월호는 그에게는 불편한 취재였을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박근혜 정권이 국민 개조를 앞세우더니(박정희의 유신정치처럼) 그들의 종을 자처하는 언론사라고 다르지는 않았습니다. 국민들을 철저하게 권력이 지배하기 좋은 대상으로 개조하는 것이 자신들의 임무라도 되는 듯 그들은 이명박 정부시절부터 철저하게 언론을 파괴하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세월호 침몰이라는 국가적 재난에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국민들을 상대로 폭압의 언론상을 보여주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KBS에 이은 MBC의 기자들이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 반성하고 비통해하는 것은 다행입니다. 하지만 젊은 기자들의 분노가 고착화된 언론을 바꾸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KBS 길환영 사장은 유족들 앞에서 사죄를 하면서 문제의 김시곤 보도국장을 파면하겠다고 했지만 그들은 거짓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길환영에 내세원 김시곤의 후임이 검은 선글라스로 유명한 백운기라는 사실은 KBS는 결코 변할 생각이 없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기자회견까지 하며 노조를 비판하던 김시곤은 보도국장직만 내놨을 뿐 그는 여전히 KBS 소속 평사원입니다. 그리고 기자회견 전에 길환영 사장을 찾아 보직 사퇴만 하겠다고 보고를 했다는 점에서도 이들이 대국민 사기극에 준하는 장난을 쳤다는 사실만 명확해질 뿐입니다. 그들이 사과후에도 논조가 변하지 않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젊은 기자들의 분노로 언론이 변하기는 어렵다는 사실만 명확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결국 언론을 정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국민들부터 제대로 된 선택을 해야 할 것입니다. 부당함에도 부당함을 부당하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이 부도덕한 권력 집단들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선거를 통해 제대로 된 대리인들을 뽑지 않는다면 국민을 그저 개조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현재와 같은 폭압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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