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5. 15. 11:32

연세대교수 시국선언, 스승의 날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은 분노였다

올 해는 어린이날과 어버이 날, 그리고 스승의 날도 눈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17이 된 아이들이 억울하게 숨져갔고, 이를 지켜봐야만 했던 부모들도 교사들에게도 4월이 시작된 참사는 여전히 지독한 고통으로만 남아 있습니다. 행복해야 할 가정의 달인 5월은 이 지독한 참사로 인해 가장 아픈 5월이 되었습니다.

 

스승의 날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은 부당한 현실에 대한 분노였다

 

 

 

 

스승의 날 교사들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학자들과 교수, 교사들이 이 지독한 문제에 침묵하지 않고 분노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부당한 권력에 숨죽인 채 자신들의 안위만 챙기던 그들이 진정한 스승이 되기 위해 세상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담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그 파급 효과를 생각해 봤을 때 고무적으로 다가옵니다.

 

 

현 정권은 거대해지는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이번 참사를 모두의 문제로 돌리기에 급급합니다. 누구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라고 언급하는 언론의 행동은 황당하기만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책임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KBS가 나서서 국민 모두의 책임이라고 선동하는 행위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참담한 상황에 처했는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우리가 목격한 것은 국가라는 제도의 침몰과 책임의식이라는 윤리와 양심의 침몰이었다. 무기력한 국가와 황폐해진 사회의 실상이 여지없이 드러난 세월호의 비극을 전국민적인 참회와 반성의 계기로 삼기를 제안한다"

 

"스승의 날을 맞아 학생들을 가르치고 학문을 탐구하는 교수들부터 자신을 돌아보고자 한다. 과정과 원칙을 무시한 채 결과만을 중시하고, 비리와 이권으로 뒤엉킨 사회를 질타·개혁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방조하고 편승하려 하지 않았는지 자성한다.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안전·자유·행복 보장에 소홀했던 현 정부와 정치권은 철저히 반성하고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연세대는 외국인 교수 15명이 포함된 131명의 교수들이 자신들의 이름을 걸고 '슬픔을 안고 공동체 회복의 실천으로'라는 제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단순한 여객선의 침몰이 아닌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제도의 침몰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책임의식이라는 윤리와 양심의 침몰이라고 주장한 이들은 과정과 원칙을 무시하고 오직 결과만을 중시하는 현 권력의 정책에 대한 비판 역시 놓치지 않았습니다. 비리와 이권으로 뒤엉킨 사회가 만든 결과에 대해 자성을 하라고 촉구한 그들은 현 정권과 정치권이 철저히 반성하고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에 나서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권력 누리기에만 골몰하는 정치권과 관료, 이윤만 추구하는 기업과 시장, 타인을 존중할 줄 모르는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이 뒤엉킨 결과다. 사회적 불의에 적극 개입해 해결책을 모색하는 교육,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교육, 교육에서 경제·기업·힘의 논리 배제를 요구한다"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소속 교수 179명도 '스승의 날을 반납합니다'라는 성명을 통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감을 강조했습니다. 부조리와 모순이 뒤엉킨 사회가 만든 결과라고 규정한 그들은 변화를 위해서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를 지적하고 있었습니다.

 

연대나 경희대 교수들처럼 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및 외국인 학자 1074명도 정부의 책임을 묻고 공익을 위한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에 경종: 신자유주의적 규제 완화와 민주적 책임 결여가 근본적 문제'라는 제목으로 이번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를 지적했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비도덕적 선장과 선원들의 일탈적 행위의 결과일 뿐만 아니라 규제 완화와 민영화, 무능력과 부패에서 비롯된 미비한 구조 노력의 결과다. 총체적 비리와 부실이 신속히 개혁되지 않는 한 비극은 얼마든지 재발할 수 있다"

 

한국인과 외국인 학자들이 공통적으로 견지하는 문제의 핵심은 이번 참사는 단순히 세월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규제 완화와 민영화, 그리고 무능력과 부패가 만든 결과는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비극은 얼마든지 재발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명박 시절부터 기업들을 위해 규제 완화가 극대화 되었고, 박근혜 정권에서 더욱 강렬하게 이어지는 민영화는 결국 결과만을 원하는 경제 논리로 인해 사고는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입니다. 민영화가 가속화되면 될수록 정부의 영향력은 적어지고, 거대한 참사는 언제 어디서 터질지 알 수 없는 지뢰밭과 같은 국가가 된다는 점에서 큰 문제로 다가옵니다.

 

"배 안 학생들이 단 한 명도 살아 돌아오지 못했고, 늑장 구조의 책임은 해경과 행정부서, 민간구조업체 커넥션으로 몰아 '꼬리' 자르려 하고, 사람 생명보다 이윤, 돈을 우선시하는 자본의 탐욕은 선장과 선원, 청해진해운 소유주와 그 일가의 부도덕성 파헤치기에 묻혀 가고 있다. 누가 책임져야 하겠습니까"

 

"교사인 우리는 교사의 '존재 이유'였던 (학생들을 포함한) 모든 이들이 다시 살아와 그들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가슴에서 환한 모습으로 영원히 살 수 있도록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이며, 가만 있지도 않을 것이다"

 

"어떤 시민은 책임조차 질줄 모르는 대통령은 필요 없다 했습니다…슬픔과 분노를 함께하는 이들이 모두 나서서 '가만있지 않겠다' 합니다…유가족들은 '왜 한명도 구하지 않았느냐'고 오열하면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물론 근본 책임을 박근혜 정권에게 묻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침몰 후 선장의 행태를 두고 '살인 행위'라 했습니다. 그렇다면 자본이 배후 조종하고, 박근혜 정권의 묵인 방조 속에 발생한 살인 행위는 누가 책임져야 하겠습니까. 생명보다 이윤을 앞세우는 자본의 탐욕을 저지하고, 무능과 무책임, 몰염치, 기만과 교만에 가득 찬 박근혜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운동에 나설 것이다"

 

"국가 재난 시 모든 정보는 온 국민이 공유하고, 지혜를 모으고 힘을 합쳐 재난을 한시바삐 극복해야 하는데도 박근혜 정권은 군사독재정권 시절 '보도지침'을 연상케 하는 '언론 통제 문건'을 통해 국민을 바보로 취급하고, 우롱하고 했습니다. 정권이 던져주고 언론은 그저 받아쓴 정보를 제외한 다른 정보는 유언비어로 취급하고 언급조차하지 못하도록 국민의 눈과 귀, 입을 틀어막았다"

 

교육부의 엄포에도 불구하고 교사 43명은 13일 청와대 자유게시판에 '아이들, 그리고 국민을 버린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에 나서는 교사 선언'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모두 공개한 채 세월호 참사에 대처하는 정부 태도를 비판하고 '박근혜 정부 퇴진 운동'을 선언하는 글을 올린 것은 대단한 용기 일 수밖에 없습니다.

 

 

교사로서 직업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도 세월호 참사에 대해 침묵하지 않은 이들 교사의 용기는 스승의 날 살아남은 교사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일 듯합니다. 이렇게라도 잘못에 대해 바른 말을 하지 않으면 교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살아갈 수 없다는 절박함이 만든 이 성명서는 많은 이들에게 큰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로 본질을 흐리기에만 여념이 없는 한심한 정권에 대한 교사들은 분노는 국민들의 분노와 같았습니다. 그들은 박근혜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자본의 탐욕이 지배하는 현 사회가 만들어낸 참혹한 사고 앞에서 제자들을 잃은 교사들의 분노는 그래서 당연했습니다.

 

청와대가 반성이나 대책 없이 오히려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을 비롯해 사회 전체의 분노를 억누르려 하고 있다며 분개하는 이들 교사들은 스승의 날 가장 스승다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철저하게 독재 시스템으로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박 정권에게 분노를 표하고 그들의 퇴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발언은 교사라는 직업을 넘어 당연한 국민의 요구일 뿐이었습니다. 분노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분노하지 않는 것 역시 죄일 것입니다. 잘못을 지적하고, 그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분노하는 것 역시 국민들이 갖춰야 하는 중요한 의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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