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5. 20. 17:38

KBS 뉴스9 제작거부vs길환영 사장 KBS는 모처럼 신뢰받는 방송

청와대의 지시를 받고 있다는 김시곤 전 국장의 발언으로 논란이 더욱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길환영 KBS 사장은 이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KBS가 모처럼 신뢰받고 있는 상황에서 좌파 노조가 파업을 시도하고 있다" 길환영의 시각이 이런 상황인데 KBS가 정상화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KBS에 대한 분노가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모처럼 신뢰받고 있다는 사고를 가지고 있다는 것부터가 사장으로서 적합하지 않다고 평가해도 좋을 듯합니다.

 

길환영 사장의 위기인식 마비 증세, 청와대의 지시만 지키면 되나?

 

 

 

 

KBS 9시 뉴스의 최영철 앵커가 뉴스 진행을 거부했습니다. 최 앵커의 거부로 인해 9시 뉴스는 파행을 겪을 수밖에 없었고, 20분도 안 되는 분량으로 서둘러 뉴스를 끝내야 했습니다. 언론의 중립성을 크게 훼손하고 있는 길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시작된 KBS의 제작 거부는 길 사장의 거부로 더욱 강력해질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막말 파문의 중심에 서 있던 김시곤 전 국장의 파격적인 발언들이 쏟아지면서 길 사장은 도마 위에 올라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김인규 전 사장을 호위하며 그의 사장 입성을 이끌던 선글라스 백이라 불리는 백운기가 새로운 보도국장으로 선정된 것에 대해서도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다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백운기가 청와대를 방문한 후 보도국장으로 선정되었다는 보도는 KBS가 철저하게 청와대의 지시를 받으며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지시라며 김시곤 전 국장 앞에서 눈물까지 쏟아내 논란이 일었던 길환영 사장의 행동은 참혹했습니다. 공영방송의 사장이라는 자가 청와대의 직접 지시를 받고 보도국장에 눈물 정치를 하는 행위는 결국 KBS는 관변언론이라는 지적이 사실로 드러난 결정적인 증거 중 하나라는 점에서 참혹했습니다.

 

이 참혹한 언론의 현실 속에서 KBS 사원들이 제작거부에 나선 것은 당연했습니다. 언론은 그 어떤 권력 앞에서도 중립을 지켜야만 합니다. 언론이 중립을 지키고 바로보지 않으면 사회는 엉망이 될 수밖에 없음을 이명박 정권은 잘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이명박이 시작해 박근혜 정부가 고착화시키고 있는 언론 장악은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다시 한 번 화려하게 그 민낯을 드러냈습니다. 

 

'기레기'라는 신조어가 이제는 일상의 단어가 되어버릴 정도로 진실 보도는 실종되고, 오직 청와대의 지침을 그대로 읊어내는 뻐꾸기 언론이 되어버린 대한민국의 언론은 언론으로서 그 어떤 존재 가치도 찾을 수 없었던 언론들은 국민적 저항과 마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오직 자신의 자리에만 집착하는 한심한 작태는 우리 시대 언론이 얼마나 무너져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허망하게 다가올 정도였습니다.   


더는 권력의 시녀 역할을 할 수는 없다는 기자들의 양심 고백과 선언들은 결국 제작 거부로 이어졌습니다. KBS 뉴스의 핵심인 9시 정규 뉴스의 앵커가 뉴스 진행을 거부하며 폭발한 KBS 언론 노동자들의 분노는 길환영 사장의 퇴진 거부로 인해 더욱 거세질 수밖에는 없어 보입니다.

"(노동조합이) 정치적 목적을 갖고 파업을 시도하고 있다. 좌파 노조에 의해서 방송이 장악되는 것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 정치적 성향을 가진 양대 노조의 활동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번에 명분 없는 불법 파업이 다시 일어난다면 공영방송이 모처럼 신뢰받고 있는 상황에서 스스로 자기 발등을 찍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기자협회에서 강경하게 대응하는 것은 기자협회의 직종 이기주의도 있는 것 같다"

 

길 사장 퇴진과 관련해 제작 거부에 들어간 기자들에 대해 길 사장은 그저 좌파 노조라고 몰아붙이고만 있을 뿐입니다.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파업을 시도하고 있다고 지칭하는 그에게는 조금은 반성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명분 없는 불법 파업이라고 주장하는 길 사장의 인식은 곧 KBS가 꼭 변해야만 하는 이유로 다가옵니다.

 

노조가 공영방송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길 사장의 발언에 공감을 표할 수 있는 자들은 소수의 수구세력을 제외하고는 존재하지 않아 보입니다. 더욱 우리를 당황스럽게 한 발언은 '공영방송이 모처럼 신뢰받고 있는 상황'이라는 표현이었습니다.

 

길 사장이 생각하는 신뢰란 무엇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KBS 기자들을 기레기라고 표현하는 일이 일상이 된 상황에서도 길 사장이 생각하는 신뢰는 어떤 식으로 표출되었는지 그것을 되묻고 싶을 뿐입니다. 신뢰란 어디에서 찾아봐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무너진 상황에서 모처럼 이라는 단어까지 사용하며 신뢰받고 있다는 판단잘못이 결과적으로 현재의 문제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길 사장은 여전히 하지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공기업에 준하는 개혁을 해나가야 할 중차대한 일들이 많이 있다. (케이비에스에) 오래 쌓여온 적폐를 해소하고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

 

사퇴 논의와 관련해 이를 거부하며 길 사장이 한 표현만 봐도 그가 무엇만 바라보고 있는지가 잘 들어납니다. 박 대통령이 최근 발언했던 '적폐'라는 단어를 활용하는 길 사장에게 박 대통령은 모든 것을 따라하고 싶은 해바라기 같은 존재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빅 대통령이나 길 사장이나 스스로가 '적폐'의 핵심이라는 사실은 인지하지 못한 채 자신을 제외한 다른 이들을 쇄신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인식 부재가 문제입니다. 결과적으로 모든 문제의 근원이 자신에게서부터 시작되고 있다는 인식이 자리하지 않는 한 그들이 그렇게 사용하고 싶은 '적폐'는 해소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인적 쇄신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도 없어 UAE로 떠나버린 박 대통령의 한심한 작태로 인해 국민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길 사장은 청와대가 지시를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은 사장 자리를 내려놓을 이유가 없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청와대에서 지시가 내려지지 않는 한 그 어떤 상황에서도 KBS 사장 자리를 내놓을 이유가 없다는 길 사장과 같은 존재가 있는 한 KBS의 정상화는 결코 이뤄질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노조가 왜 좌파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문제를 재기하지도 않은 채 오직 좌파라는 단어를 사용해 공격하는 길 사장의 행태는 현 정권과 명확한 코드 맞추기 관행이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오늘까지 제작 거부를 하겠다던 노조는 길 사장의 사퇴 거부로 연장한다고 밝혔습니다.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고 새로운 KBS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한 제작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노조의 고민은 당연합니다.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존재 가치가 없는 길 사장의 사퇴와 함께 권력에 야합하는 언론인들이 현직에서 물러나고 언론의 중립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이어지지 않는 한 KBS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결코 다시 쌓일 수 없다는 사실을 현 정권은 잘 알아야 할 것입니다.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언론을 장악하는 못된 짓거리부터 포기하는 것이 그들이 그렇게 이야기하는 '적폐'의 시작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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