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6. 8. 15:44

추적60분 김무성 S대 논란, 길환영 퇴진이 중요한 이유를 보여주었다

선거 후 방송된 <추적 60분>은 왜 KBS 길환영 사장이 물러났어야 했는지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길환영 사장 시절에는 결코 나올 수 없는 방송이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방송 정상화는 절실함으로 다가옵니다. 친박계 핵심인 김무성 의원도 조선일보라는 극악무도함이 함께 만들어낸 등록금 장사는 경악스럽기만 합니다.

 

권력의 개를 포기하자 사회 비리를 바로보기 시작했다

 

 

 

 

언론이 바로서야 사회가 바로 선다는 말은 다시 실감하게 됩니다. KBS 이사회에서 길환영 사장 사퇴를 결정하자 파업에 나섰던 노조가 현업에 돌아왔고, 그 산물 중 하나가 나왔습니다. 그동안 꾸준하게 문제가 되어왔던 사학비리를 담은 <추적 60분>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명박근혜 시절 언론을 통제하면서 사회의 비리는 더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다가왔습니다. 그저 방송만 믿는다면 대한민국은 이들 정부 시대 가장 살기 좋은 나라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권력의 개를 자청한 그들이 스스로 제대로 된 언론으로 바로 잡으려 노력하자 모든 사회의 민낯은 지독한 악취로 다가왔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많은 언론인들은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 자신들의 실체가 얼마나 더러운지를 깨달았습니다. 스스로 기레기라고 표현할 정도로 그들은 언론인의 탈만 쓴 간사한 권력의 혀와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그런 그들이 더는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났고,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왔다는 의혹이 일던 길환영 KBS 사장을 물러나게 만들었습니다. 여론이 극단으로 흐르고 있어, 청와대 역시 길 사장의 퇴진을 적극적으로 막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들은 진짜 언론을 모습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습니다.

 

<추적 60분>은 길 사장 이후의 KBS가 어떤 모습을 담을 것인지 잘 보여준 사례일 것입니다. 친박 핵심이자 현 정부의 중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김무성 의원과 사학 재단의 비리를 밀도 있게 담은 이 방송은 길 사장 시절에는 결코 나올 수 없는 방송이었습니다.

 

보도 지침을 세우고 사전 검열까지 하며 현 정부에 민감한 문제는 알아서 거둬들이던 기레기들이 사장 하나가 나가자 전혀 다른 존재가 되었습니다. 우리 시대 모든 비리의 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부패한 사학 집단들의 행태를 고발한 <추적 60분>은 그래서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방송은 수원의 S대 비리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었습니다. 대학생들의 수업료를 부당하게 활용하고 있는 실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습니다. 한 대학생의 영상과 비리에 맞서 싸우는 교수들의 모습. 그리고 실제 엉망인 학교의 실체는 방송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총장은 자신의 명의로 학교 옆에 리조트를 세우고, 학생들의 수업료로 건물을 세워 수익사업으로 매년 수억의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전국 4위 수준인 4300억 원의 적립금을 3개 은행에 분할 입금하고 이를 이용해 자신이 운영하는 부실한 건설회사에 엄청난 자금을 대출 받은 사실은 이들의 비리가 어떤 식으로 사회 전체를 좀먹고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총장의 건설회사는 매년 수억 원의 빚을 지고 있는 엉터리 회사이지만, 은행은 담보권이 있다며 300억이 넘는 대출을 해주었습니다. 그것도 가장 싼 저금리로 부실 건설회사에 대출을 해준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S대학의 적립금 수천억 원을 무기로 개인 회사의 대출을 눈감아줬기 때문입니다. 그 적립금 이자를 통해 수익을 얻는 은행으로서는 300억이라는 엄청난 돈이 큰 문제는 아니었을 수도 있습니다. 분명 옳지 않은 대출임에도 그들이 총장 개인(가족) 회사에 부당하게 저금리로 대출을 해준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었습니다.

 

 

골프장 용도로 대출을 신청하면 그 어떤 회사든 쉽게 승인이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S대 총장의 요구에 자본금이 3억인 건설회사는 300억이 넘는 엄청난 대출을 4.1%라는 초저금리로 받을 수 있었습니다. 골프장 사업을 위해 대출해갔다고는 하지만 7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공사도 하지 않은 그곳에는 부지 확보도 완료되지 않았습니다. 은행에 골프장 사업을 목적으로 대출을 하기는 했지만, 다른 용도로 300억이 넘는 거액을 유용했음이 분명합니다.

 

300억이 넘는 금액을 어떤 용도로 사용했는지에 대해서는 사법기관의 몫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총장 일가의 방만 경영에 분노한 교수들은 그들에 의해 교수직을 잃고 말았습니다. 학교와 총장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평생을 교수로 살아왔던 그들은 최악의 징계인 파면 조처를 받고 말았습니다.

 

학생들이 한 해 천 만 원에 달하는 수업료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물이 새고, 실험 장비도 없는 교실에서 수업을 하는 환경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엉망이었습니다. 총장 일가의 전입금이나 기업의 후원 없이 4300억의 적립금을 쌓은 그들은 철저하게 학생들을 호주머니를 털어 자신들의 부를 축적한 것이라고 밖에는 볼 수가 없습니다.

 

S대의 이런 문제는 비단 그 학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대학이 이런 사학 비리의 온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학교를 개인의 자산으로 생각하는 그들에 의해 병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등록금은 해마다 오르지만, 학생들의 학업권을 위한 투자는 해마다 사라지고 있는 현실은 대한민국 대학의 일상적인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정몽준 후보가 반값 등록금은 자존심 문제라는 황당한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었습니다. 그 역시 울산대 총장을 지냈고, 현재도 명예 총장으로 남아 있는 그의 행태는 대한민국의 사학재단이 얼마나 엉터리인지를 잘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이기도 할 것입니다.

 

학생들을 위해 써야할 등록금을 개인이나 특정 집단을 위해 악용하는 사례는 사학비리를 근절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거둬내야 할 문제일 것입니다. 사학재단의 투명성을 강조하고 그들이 무리하게 쌓아놓은 적립금 문제를 제대로 바로잡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사학 비리는 영원한 비리로 남겨질 수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사학비리가 해마다 논란이 되면서도 근절이 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추적 60분>은 잘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문제의 S대 총장에 대한 국회의 증인 출석과 관련해 친박의 핵심인 김무성 의원이 노골적으로 로비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새누리당 간사는 노골적으로 기억이 안 난다는 말로 사학비리 문제에 대해 입을 다물었고, 야당 간사는 분명하게 김무성 의원이 로비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김무성 의원은 취재진의 질문에 철저하게 답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했습니다. S대 총장의 증인 출석이 있기 한 달 전 그의 딸이 S대 정교수가 된 사실 역시 이들이 어떤 비리가 있었는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입니다. 32살의 딸이 얼마나 뛰어난 인재이기에 그 어린 나이에 정교수가 될 수 있었는지 의구심이 들기만 합니다.

 

조선일보와 김무성, 그리고 S대학 총장은 철저하게 한 몸입니다. TV조선에 50억을 투자한 대학. 그 대학이 조선일보와 친인척이라는 사실과 김무성 의원 역시 그들과 가족이라는 점에서 이 문제는 심각하게 바라봐야 하는 문제입니다. 더욱 김무성 의원은 올 초 논란이 되었던 친일 교과서를 적극 지원(국회 역사 모임을 통해)했던 인물이기도 했습니다. 사학과 언론, 그리고 국회의원이라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조직들이 하나가 되어 비리를 만들어냈다는 점은 우리 사회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에 대한 힌트가 되기 때문입니다.

 

수구언론과 사학재단의 비리, 그리고 그런 비리를 감추기 위해 로비를 한 국회의원. 이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잘못을 바로잡아야만 하는 언론은 침묵하고, 사학 비리를 엄단해야만 하는 국회는 친인척 비리를 감싸는 허수아비 조직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국민의 대리인인 국회의원들이 이런 비리의 온상이 되고 비호세력이 되어갔다는 것은 국민들의 탓도 큽니다. 그런 문제 있는 의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뽑아준 이들 역시 국민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의외의 성과가 나올 수바께 없었던 것 역시 투표에 나선 국민의 선택이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잘못을 잘못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잘못은 결코 바로잡힐 수는 없습니다.

 

말도 안 되는 현실 속에서 언론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언론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낸다면 국민들의 판단 역시 명료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명박근혜 시절 권력의 종노릇을 자처한 언론은 심각하게 현실을 왜곡했고, 결국 객관적인 평가를 내릴 수 없는 많은 유권자들에게 무지한 선택을 강요하게 했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추적 60분>이 다른 사학의 문제는 이번 한 번이 아닌 지속적인 탐사 취재로 이어져야만 합니다. 그리고 그런 사학재단들을 비호하는 집단들이 누구인지, 그리고 왜 그들은 부패한 사학재단들을 비호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후속 보도도 잇따라야 할 것입니다. 언론이 바로서면 부패한 권력은 나올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언론이 부패해지만 건강한 사회는 만들어질 수 없다는 점에서 KBS의 방송 독립이 이번 기회에 확고하게 설 수 있기를 고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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