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2. 11. 10:18

이완구 김영란법 청문회 뒤틀린 언론관만으로도 총리 자격 상실이다

많은 이들이 예상했듯 이완구 청문회는 처절하다 못해 민망한 수준이었습니다. 한 국가의 총리 후보자라는 자가 저지른 수많은 만행들은 우리 사회 권력자들이 얼마나 부패해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었습니다. 박 정부에서 이완구 외에는 더는 총리 후보를 낼 수 있는 사람도 없다는 말 속에는 이 정부가 얼마나 썩어있는지 알 수 있게 합니다. 

 

언론관만으로도 이완구는 총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무엇하나 명징한 것이 없고, 그가 총리가 되어야 할 이유조차 찾아볼 수 없었던 청문회 첫 날. 그것만으로도 이완구는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그 긴 시간 동안 탐욕으로 다져진 이완구는 이 시간만 지나면 어차피 총리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이완구 자신의 욕망을 채워줄 총리 자리에 모든 것을 걸었지만 청와대와 여당은 다른 수를 두고 있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이미 무너질 대로 무너져 회복 자체가 불가능한 이 정부에서 이 정도 인선만으로도 한숨을 돌릴 정도로 사람이 존재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완구는 그들이 내민 방패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30%대 이하로 추락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을 반등시킬 수 있는 쇼가 필요했던 상황에서 이완구는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는 듯도 합니다. 무조건적인 박 대통령 지지가 수구세력의 전략이라는 점에서 이완구의 허물까지도 찬양 모드에 들어가는 이들을 보면 정치적 쇼는 조금씩 시작을 알리고 있습니다.

 

강한 패를 던져 모든 것을 집중하게 하고 이를 통해 다른 패들을 자연스럽게 통과 시키는 전략은 정치권에서는 익숙하게 이어져 왔던 방법이기도 합니다. 이완구를 버릴 테니 박상옥을 대법관으로 만들자는 요구는 자연스럽게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촛불집회 저격수로 활약했던 신영철 대법관 후임으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담당검사였던 박상옥을 대법관으로 앉히려는 이 황당한 현실 속에서 과연 이완구는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도 궁금해질 정도입니다.

 

이완구 총리 후보에 대한 청문회 첫 날 내용만으로도 그는 총리가 아니라 당장 검찰 조사를 받아야하는 범죄자라는 사실만 명확해졌습니다. 그동안 나왔던 문제에 대해 그 어떤 해법도 내놓지 못한 채 사과로만 점철된 그의 청문회는 왜 이걸 해야만 하는지 의문으로 남을 정도였습니다.

 

청문회는 이완구를 옹호하는 새누리당과 공격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의 공방전이었습니다. 물론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없는 자가 청문회에 나선 만큼 새정치의 공격은 당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진선미 의원이 청문회 스타로 발돋움하는 일도 만들어졌습니다.

 

이완구 청문회와 함께 포털 사이트에 익숙하지 않은 단어가 화제가 되기도 했었습니다. 부주상골이라는 단어가 과연 무엇인가 궁금했던 이들은 소위 '평발'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혀를 차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군 면제를 정당화하기 위해 일상적인 용어인 '평발'보다는 부주상골 증후군이라는 단어로 포장하는 모습 속에 이완구가 어떤 존재인지를 확인하게 했기 때문입니다. 

 

 

인사청문회 첫날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이 "중학교 때부터 심한 통증을 느꼈냐"는 질문에 "그렇다. 제가 평생 등산을 못 해 봤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평발로 군 면제까지 받은 자로서는 자연스러운 대화 내용으로 들립니다. 평발이라는 이유로 4급 판정을 받은 만큼 등산은 말도 안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이완구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포털에는 이완구의 등상 사진이 올려 졌습니다.

 

2013년 지지 세력과 함께 등산한 사진이 존재함에도 그는 조금도 흔들림 없이 거짓말을 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최소한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져야만 하는 정치인이 오래 전 기억도 아닌 2013년 등산한 사실마저도 청문회 자리에서 거짓말을 할 정도면 그의 다른 발언들에 대한 진정성에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게 합니다.

 

이완구가 총리가 될 수 없는 수많은 이유 중 그가 보인 언론관 하나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이명박근혜 시대가 만든 언론에 대한 탄압과 종속적 관계의 실체는 이번 이완구 사태로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이완구가 과시하듯 내뱉은 발언들은 언론인이 얼마나 권력에 종속적이었는지를 잘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언론인들, 내가 대학 총장도 만들어주고…, 40년 된 인연으로 이렇게 삽니다. 언론인 대 공직자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 인간적으로 친하게 되니까…, 내 친구도 대학 만든 놈들 있으니까 교수도 만들어주고 총장도 만들어주고"

 

"(기자) 여러분들도 한 번 보지도 못한 친척들 때문에 검경에 붙잡혀 가서, 당신들 말이야, '시골에 있는 친척이 (접대를 받아) 밥 먹었는데 그걸 내가 어떻게 합니까'(라고) 항변을 해봐. 당해봐. 내가 이번에 (김영란법을) 통과시켜버려야겠어. 이제 안 막아줘. 이것(언론)들 웃기는 놈들 아니야…, 지들 아마 검경에 불려 다니면 막 소리 지를 거야"

 

이완구가 쏟아낸 발언들을 보면 그가 어떤 존재인지는 명확해집니다. 그리고 실세 정치인이 바라보는 언론관이란 무엇인지 역시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권력 밑의 언론이란 얼마나 무의미하고 비천한 존재인지는 이완구를 통해 확실하게 증명되었습니다.

 

권력의 힘으로 언론인들을 대학 총장 만들고, 교수도 만들어주는 등 자신의 나팔수 역할을 잘하는 자들에게는 상을 주듯 그렇게 달콤함 선물들을 전했다는 이완구는 그런 존재였습니다. 자신에게 충성하면 '한 자리' 주겠다는 인상을 풍기는 이완구의 이런 당당함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기자들이 더는 두려운 존재가 아니라는 확신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이런 발언을 들으며 기자들 스스로 부끄럽지 않았다면 그들은 기자로서 그 어떤 가치도 없는 이들일 것입니다.

 

청문회를 앞두고 각종 의혹이 제기되는 것을 본 후 기자들을 손보기 위해 '김영란법'을 통과시키겠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막말을 쏟아내며 권력을 이용해 언론을 통제하겠다는 속셈을 여과 없이 드러낸 이완구가 총리가 된다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존재 가치도 상실하게 될 것입니다.

 

이완구 녹취록이 만들어진 식사 시간에 참석했던 4개 신문사 기자들은 그 누구도 이를 기사화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6일 KBS를 통해 일부가 보도되기 전까지 현장에 있던 그 누구도 기사화하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현재 언론이 어떤 존재인지를 잘 보여주는 상황입니다. MBC를 몰락시키고 종편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한 이명박은 여전히 말도 안 되는 거짓 자서전으로 국민들을 우롱하고 있습니다.

 

철저하게 권력의 시녀임을 잊지 않는 현재의 언론의 민낯은 이완구를 통해 다시 한 번 증명되었습니다. "깊이 사죄드린다", "통렬히 반성한다", "용서를 부탁 올린다" 등 이완구가 청문회에서 했던 발언들이 진정성을 담은 사과라고 믿는 이들은 없을 것입니다.

 

모든 비리를 품고 살아왔던 이완구의 마지막은 발악만 남아 있습니다. 총리라는 달콤한 꿈을 품고 자신의 모든 것이 적나라하게 벗겨진 상황에서 그는 과연 무엇을 얻으려 몸부림을 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 정부에서 부끄러움을 느끼는 정치인이 없다는 점은 섬뜩합니다. 표리부동이 구호라도 되는 듯 자신의 잘못에는 철저하게 침묵으로 일관하고 어불성설을 일삼는 이 한심한 정부의 실체가 곧 이완구라는 점에서 이번 청문회는 현 정부가 어떤 존재를 국민들이 확인하는 추악한 현장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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