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4. 29. 09:14

박근혜 대국민메시지 적반하장에 담긴 명확한 의도가 섬뜩하다

박 대통령이 선거를 앞두고 대국민 메시지를 전달했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을 통해 밝힌 박 대통령의 메시지에 사과는 없었다. 사과는 존재하지 않았고 그는 물타기를 통해 논점 흐리기에 나섰다. 대통령의 지위로 수사의 방향을 지시한 이번 메시지는 국민들을 얼마나 한심하게 보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 셈이다.

 

박근혜 적반하장 이 정도면 범죄 수준이다

 

 

 

 

박 대통령의 최측근들이 모두 연루된 사건에 사과가 없는 것은 두려울 정도다. 당연한 사과와 철저한 수사를 지시해야만 하는 대통령이 야당 대표인 문재인을 걸고 넘어가겠다는 확고한 신념은 경악 수준이다. 적반하장도 이 정도면 범죄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고, 1주기에 뜬금없는 남미 순방에 나선 대통령. 아시아아프리카 회의라는 중차대한 외교 사안마저 포기하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남미를 열흘 가까이 갔다 온 대통령의 일성은 참혹했다. 아파서 제대로 된 순방 결과에 대한 보고도 하지 않더니, 홍보수석을 통해 국민들에게 공개적으로 협박하는 수준의 메시지는 대통령으로서 존재가치마저 의심받게 한다.

 

4.29 재보선 결과를 보고 행동을 하겠다는 명확한 입장이었다. 선거 결과가 자신들에게 불리하면 그에 부합하는 사과를 하겠지만, 현 시점에서 자신의 잘못에 반성할 수 없다는 선언이었다. 지난 해 세월호 참사 직후 선거에서도 국민들은 새누리당을 선택했다.

 

새누리당을 선택한 결과는 그들의 폭주였다. 세월호 참사는 그대로 방치되었고, 사회 전반에 혼란을 가중하는 정치는 날개를 달았다. 그리고 1년이 흘러 대통령의 최측근 비리가 터졌다. 미증유의 이 사건에서도 대통령은 1년 전과 동일한 전략을 선택했다. 최측근 비리에도 사과는 할 수 없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였다.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하면 그나마 가지고 있었던 국민에 대한 유감도 분노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무슨 짓을 해도 선거에서 이기는 상황에서 그들의 잘못이 바로 잡힐 가능성은 없다. 총체적 난국에서 터진 세월호 참사는 전 세계적인 뉴스였다. 그런 엄청난 사고 앞에서도 그들은 선거 승리를 앞세워 국민들을 모독해왔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은 여전히 거리에 있다. 그들과 함께 하는 것을 거부하고 차벽으로 방어만 한 채 세월호 1주기에 홀연히 나라를 떠나버리는 대통령의 마음이란 명확하기만 하다.

 

이완구 국무총리의 사의와 관련해서도 유감이라는 말만 남겼다. 이 총리 사의를 안타깝다고 밝힌 대통령이 대국민메시지에서 밝힌 '유감'이라는 단어는 그의 낙마에 대한 반응으로 읽힌다. 아무런 죄도 없는 사람을 국민들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물러나게 된 것이 유감이라고 표현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성완종 리스트가 부른 파장은 엄청난 비리 사건이다. 의혹의 핵심 인물들이 전·현직 청와대 비서실장을 포함해 대부분 대선 때 현 대통령을 도운 측근들이라는 점은 중요하다. 그 측근들이 성완종에게 로비자금을 받았고, 그 자금을 통해 대선을 치렀다면 결국 몸통은 현 대통령일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 속에서도 박 대통령의 전형적인 유체이탈 화법은 최측근의 비리마저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로 간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따로 일 수 없는 그들의 비리 사건에 홀로 깨끗한 척 사과조차 하지 않는 모습에 경악스러운 것은 당연하다. 선거를 진두지휘했던 인물들이 모두 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외면하는 행위는 뭔가 이치에 맞지 않다. 선거가 비리 사건의 토대에서 치러졌다면 이는 엄중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최소한 양심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자신의 최측근 비리에 대해 인간적인 사죄를 먼저 하는 것이 예의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에게는 이런 최소한의 양심조차 보이지 않는다.

 

"고 성완종씨에 대한 연이은 사면은 국민도 납득하기 어렵고 법치의 훼손과 궁극적으로 나라 경제도 어지럽히면서, 결국 오늘날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나는 계기를 만들어주게 되었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제대로 진실을 밝혀야 한다"

 

성완종 리스트에 적힌 자신의 최측근 비리는 함구하며 내놓은 검찰의 수사 가이드라인은 야당에 집중되어 있다. 성완종 문제를 과거 사면이 만든 결과라고 단정 짓고 있다. 사면에 대한 문제를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야당으로 돌리겠다는 의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성완종 사건의 핵심은 박 대통령의 최측근이 비리에 모두 포함되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과거 사면을 들먹이며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를 겨냥하는 것이 치졸함의 극치다. 논점을 흐리고 검찰의 수사를 직접 지시함으로서 최측근 비리를 피해가겠다는 전략은 그래서 범죄나 다름없음으로 다가온다.

 

최측근 비리를 외면한 채 과거로부터 내려온 부정과 빌, 부패 척결을 외치는 것은 모순이다. 새로운 정치 개혁을 이야기하면서 정작 자신의 문제를 외면하는 것은 큰 모순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만연돼 왔던 지연, 학연, 인맥 등의 우리 정치문화 풍토를 이야기하는 대목에서는 실소를 머금게 했다.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들이 지연, 학연, 인맥만 앞세운 정치 아니던가? 역대 가장 좁은 인력풀로 지탄을 받아왔던 대통령이 할 말은 아니라는 말이다. 금품 의혹 등이 과거부터 어떻게 만연해 오고 있는지 등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는 대목에서는 박 대통령의 의중이 명확해진다. 이번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명확한 수사지침과 함께 사정 드라이브로 이 정국을 벗어나겠다는 선언이었다.

 

"저는 이번 기회에 정쟁과 부패로 얼룩진 정치사를 바로잡아 국민을 위한 정치로 바꾸는 계기가 되도록 최선을 다해 나갈 것이다"

 

이 대목에서는 허탈함에 웃기조차 벅차다. 정쟁과 부패로 얼룩진 정치사를 바로잡아 국민을 위한 정치로 바꾸는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대목에서 과연 무엇을 위한 말장난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국민들을 얼마나 우습게 알면 이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자신이나 내부를 향한 성찰은 찾아볼 수가 없고, 오직 과거와 외부의 문제로 국한하는 사고 체계에서 정상을 바라보기는 어렵기만 하다. 전형적인 물타기에 선거 전날 강력한 메시지 전달을 통해 국민들에게 협박을 일삼는 행위는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4. 29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이 우세한 고지를 점한다면 박 대통령의 유체이탈 화법은 날개를 달고 비상할 것이다. 그리고 측근 비리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명확하게 밝힌 사정 드라이브를 통해 정국을 혼란으로 몰아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최악의 외교와 경제, 이것도 모자라 최측근들의 집단 비리 사건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채 오직 유체이탈 화법만으로 구사하는 모습을 국민들은 과연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현대 민주주의에서 모든 것은 국민들의 표로 결정된다. 귀중한 한 표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국가가 달라질 수 있음은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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