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6. 7. 08:18

청와대열감지기 설치 부화뇌동 지적하며 자기만 살겠다는 권력의 행태

청와대에 들어가려면 열감지와 귀 체온계까지 통과해야 한다. 전염병에 안전지대이자 최후의 보루가 청와대가 되어야 한다는 강한 의지의 표명이다. 권력의 주최인 대통령을 구해야 한다는 그들의 선택을 비판할 수는 없다. 이는 대통령제를 선택한 모든 나라들이 택하는 메뉴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이 분노하는 것은 그들의 말과 행동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국민에게는 동요 말라며 청와대에는 열감지기를 설치하는 이중성

 

 

 

 

전시 상황에 국가를 운영하는 핵심 인력들은 벙커에서 지휘를 한다. 이는 당연하다. 모든 것을 이끌어야 하는 핵심 인력들이 안전한 곳에서 상황을 극복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청와대가 열감지기와 귀 체온계까지 동원한 것은 그들 스스로 현재 이어지는 메르스가 위험한 상태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전염병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열감지기를 가동하는 것이 이상할 것은 없다. 이는 당연한 조처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그들의 행동이 문제가 되는 것은 언행불일치가 문제다. 철저하게 정보를 차단한 채 무조건 가만히 있으라고 외치는 그들의 말과 달리, 열감지기를 설치하는 그들의 행동은 국민들을 황망하게 만든다.

 

"아직 무차별 지역사회 전파가 아니라 의료기관 내 감염이므로 필요 이상으로 동요하거나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

 

지난 3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메르스 대응 민관합동 긴급점검회의를 했다. 그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필요이상의 반응에 대해 지적했다. 무차별 지역사회 전파가 아니라 의료기관 내 감염일 뿐이니 동요하거나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말이 맞을 수도 있다. 전북 순창과 청주, 부천, 그리고 부산까지 확진자가 나왔지만 이는 모두 병원에서 전파된 것이라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초등 대응 부실로 인해 메르스 확진자들이 지역 사회로 전파되기 시작했다는 사실만은 명확하다.

 

공기 중 전파와 관련해서도 복지부 장관까지 나서서 기자회견을 하는 자리에서 평택성모병원에서 메르스 전파가 되는 과정에서 에어컨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말로 불안을 증폭시켰다. 정부 당국자가 나서서 환기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에어컨 사용으로 인해 확산되었다는 식의 발언은 공기 중 전파가 되고 있다는 의미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메르스가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는 전파가 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확진 판정을 받은 자들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도 했다. 하지만 메르스 첫 전파지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보건부 빈 사이드 차관은 전혀 다른 말을 하고 있다.

 

메르스에 대해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념병과 감염학 학위를 소유한 보건부 차관은 "우리가 체험적으로 얻은 교훈은 감염이 확인됐을 때 대처하는 것은 너무 늦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감염이 확인되는 순간 그 대처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절대로 확진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모든 의심자를 통제해야 한다"

 

"메르스가 다른 사람에게 주로 전염되는 시기는 확진 뒤가 아니라 열과 기침 같은 의심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때부터 감염이 확인되는 시기다. 이 때문에 의심 단계부터 하나도 빠짐없이 정부에서 관리해야 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빈 사이드 차관의 이 발언이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 정부는 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빈 사이드 차관의 발언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메르스 첫 발병국가이고, 지난해에도 두 달 동안 350명이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메르스 환자가 많았던 곳의 보건부 차관의 발언은 우리에게 중요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한국 정부가 밝혔던 것과 달리, 메르스의 전염되는 시기는 확진 뒤가 아니라 열과 기침 같은 의심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때부터 감염이 확인되는 시기라고 밝혔다. 

 

박 서울시장이 삼성서울병원 의사의 행동에 대해 밝히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확진 뒤가 아닌 증세가 나타나는 시점 그의 행동이었다.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한 14번 환자에 의한 메르스 전파가 부천과 부산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35번 환자로 지칭된 의사의 행동 역시 문제다. 스스로 증상을 자각하지 못했고 의사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자신을 무자비한 의사로 매도한 박 서울시장이 정치적인 행동을 했다고 주장하는 것 역시 당혹스럽다. 

 

35번 의사와 달리, 스스로 메르스에 대한 의혹을 품고 검사를 받고 격리가 된 의사들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메르스 의심환자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최소한 의사와 간호사들이 조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시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삼성서울병원에 대해 강력한 조처를 취하겠다는 박 서울시장은 당연한 요구다. 병원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가 결국 삼성 때문이라는 국민들의 의혹은 결국 정확하게 맞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평택성모병원에 이어 가장 많은 의심 환자들이 존재하는 삼성서울병원에 대해 그 어떤 조처도 취하지 않는 것은 당혹스러운 일이다. 

 

국민들은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은 필요 이상으로 동요하거나 불안해하지 말라 주장한다. 그런 발언을 하면서도 청와대에는 열감지기와 귀 체온계까지 동원해 스스로 불안증을 보이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가장 메르스 환자가 많은 경기도청사에도 고가의 열감지기를 구매해 시민들이 아닌 출입증이 있어야만 출입이 가능한 곳에 설치하는 기괴함을 보였다. 

 

청와대와 경기도가 보인 언행불일치의 행동이 곧 국민들을 분노하게 한다. 이런 황당하고 한심한 작태는 결과적으로 "자신들만 살겠다고"라는 분노의 발언들이 쏟아지는 이유는 당연하다. 사스가 동아시아를 점령하던 시절 대한민국은 철저하게 막았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전염병을 막았고, 수많은 사스 환자들로 공포가 지배하던 그 시절에도 대한민국만은 청정지역이었다.  

메르스가 사스보다는 치명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걸리지 않아도 되는 전염병에 걸려 위기에 빠지는 것보다는 안 걸리는 것이 좋은 것은 당연하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자신들이 해야만 하는 최소한의 역할도 하지 못했고, 현재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국민을 우롱하는 권력의 실체는 청와대와 경기도의 행동만으로도 충분하다. 

 

국민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는 권력은 존재 가치가 없다. 왜 그런지는 그들 스스로가 더욱 잘 알 것이다. 철저하게 정치인이라는 직업을 가지기 위해 살아온 그들에게 '국민의 믿음'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더 잘 알고 있을 테니 말이다. 국민에게는 부화뇌동하지 말라고 자신들은 철저하게 검역하는 이 부조화 속에서 국민들이 어떤 생각을 할지 그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7일 오전 메르스 환자가 사망했다. 2차 전염이 시작된 삼성서울병원이라는 점에서 병원을 공개하고 폐쇄하는 것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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