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 30. 12:05

부러진 화살보다 청산가리 부녀 사건이 중요한 이유

안성기 주연의 '부러진 화살'인기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입니다. 법정 투쟁극을 그린 이 영화가 다른 영화들을 제치고 흥행 1위를 달리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사법부가 그동안 저지른 잘못들이 국민들에게 불신을 낳았고 그런 불신은 곧 사법부를 비판하는 영화에 대한 폭발적인 흥행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시점 우리가 더욱 주목해야만 하는 사건은 2009년 있었던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입니다.

도움 받지 못하는 약한 서민들에게 내려진 불합리한 사법 판결




'부러진 화살'에 등장하는 실제 주인공은 수학과 교수입니다. 부당 해고와 관련된 복직 투쟁을 하는 과정에서 그가 당한 사법부의 불합리에 대항하기 위해 저지른 사건이 바로 영화의 핵심이었습니다. 그는 구속되어 형을 살면서도 자신이 법 공부를 하며 투쟁을 계속해왔고 이런 노력들이 많은 이들에게 특별하게 다가올 수 있었습니다.

사법부라는 절대 권력에 맞서 외롭게 싸운 김명호 교수에 대한 응원이 봇물을 이루는 이유는 대중들이 사법부를 믿지 못한다는 반증입니다. 김명호 교수가 석궁을 들고 판사를 찾아간 것은 분명한 잘못이며 이에 대해서는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만 합니다. 이는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고 흔들릴 수도 없는 진실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사법부는 사건이 일어나자마자 이미 판결을 내린 상황에서도 정당함은 사라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사법부에서는 감히 판사에게 석궁을 겨눴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그는 씻을 수 없는 범죄자였기에 그의 판결은 요식행위일 수밖에 없었고 모든 문제의 근원은 그곳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잘잘못을 가려내고 정당한 판결을 해야 하는 사법부가 집단이기심과 우월감을 앞세워 정당한 판결을 외면한 채 화풀이 판결을 국민들은 비판하는 것입니다. 

그나마 김 교수는 스스로 변호할 수 있는 힘이라도 있었다는 점에서 그의 외로운 투쟁은 많은 이들에게 알려질 수 있었습니다. 사법부의 잘못된 관행과 스스로 법 위에 군림한 채 신이라도 된 듯한 그들의 태토에 대한 비판은 정당함으로 다가올 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2009년 순천에서 벌어진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은 사법부의 끼워 맞추기식 수사였다는 점에서 김 교수와 닮았지만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해야만 합니다.  

지난 28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2009년 순천에서 있었던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을 집중 조명했습니다. 남편이 건넨 막걸리를 마시고 숨진 아내를 둘러싼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은 우리 사회 사법부의 문제가 무엇인지가 명확하게 다가왔습니다.

철저하게 짜 맞추기식 수사에 회유를 통해 범인으로 조작된 이번 사건은 1심의 무죄를 뒤집고 검찰의 항소로 인해 2심에서 아버지는 무기징역, 딸은 20년 형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부녀는 오랜 시간 동안 성관계를 해온 존재였고 이런 사실을 부인이 알게 되자 둘이 모의를 해서 청산가리를 탄 막걸리를 마시게 해서 살인을 저지는 사건이 되어버렸습니다.

방송은 과연 그들이 진정 이런 천륜을 저버린 범죄를 진짜 저질렀는지에 대해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아버지와 막내딸은 진짜 성관계를 해왔는지에 대해서는 식구들도 그리고 여러 조사에서도 진실이 아님으로 드러났습니다. 범죄심리학자의 판단 역시 둘이 성적인 관계였다면 여러 조사를 통해 드러났을 수밖에는 없었지만 그들의 관계는 일상적인 부녀 관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는 점에서 검찰 측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었습니다.

반신반의하던 가족들은 부인이 죽은 이후에도 딸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검찰 측의 주장에 비로소 그들의 무죄를 확신했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 생활을 했고 딸이 자는 옆방과는 작은 박수소리도 그대로 전달될 정도였는데 부녀가 성관계를 맺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더욱 마을 주민 중 한명이 그 집 딸들을 성희롱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는 점입니다. 막내딸 역시 그 남자에게 성추행을 당했었다고 고백함으로서 범인은 그 남자일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성추행 고소를 했지만 대질심문에서 사실을 뒤집은 이 고소는 무산이 되면서 역으로 부녀의 부적절한 성관계로 변질이 되고 말았습니다.

집요하게 범인으로 지목한 막내딸이 영화 속 카이저 소제처럼 자신을 감추고 지능적으로 사건을 준비하고 실행했다는 주장을 하는 검찰의 강한 신념은 그들이 무슨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확실한 대목이었습니다. 치밀하게 계획한 지능적인 범죄라고 밝힌 검찰의 발언과 달리 막내딸은 지적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존재였다는 점입니다.

 

아이큐가 74 정도 밖에 되지 않고 중학교에서도 정상적으로 학업을 하지 못할 정도였던 그녀가 이토록 치밀하게 계획을 짜서 살인을 저지를 수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었습니다. 아이큐 85라는 아버지 역시 막내딸과 마찬가지로 의지박약에 과감성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그들이 이토록 집요하게 범죄를 저지를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더욱 검찰이 만들어 놓은 사건은 모두 작위적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아무런 근거가 되지 않습니다. 막걸리를 샀다는 식당에는 검찰이 주장하는 작은 병은 판매를 하지도 않는다는 점에서 모순입니다. 더욱 사건이 난 후 검찰에서 조사를 나와 본 직원들이 마시려고 냉장고에 넣어둔 작은 막걸리를 가지고 사건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그들의 조작은 경악스럽습니다. 

반박하는 그들에게 가능성에 만분의 일도 되지 않느냐고 다그치고 책임질 수 있느냐는 그들은 위증죄까지 들먹이며 사건을 조작하고 만들어갔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처음부터 다시 조사되어야만 합니다. 더욱 사건의 핵심인 청산가리의 경우 처음에는 딸이 인터넷으로 구매했다고 했지만 집에 컴퓨터도 없고, 택배를 받은 기록도 없다는 점이 밝혀지자 아버지가 오래 전에 구매를 했다고 바뀌게 됩니다. 

10여 년 전에 죽은 자전거포 주인에게 5년 전 청산가리를 샀다는 검찰의 주장과는 달리 그 자리에는 자전거포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더욱 자전거 수리를 하는데 청산가리를 사용하지도 않는다는 점에서 그들의 혐의 조작은 당혹스럽습니다. 더욱 검찰 조서에서 나온 쌀알 크기의 청산가리는 실험용으로 사용되는 것이고 구매하기 위해서는 주민등록증 등 신분을 밝히지 않으면 절대 구매가 불가하다는 점에서 문제는 시작됩니다. 

구매기록도 없고 어디에서 구매를 했는지도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주도면밀하게 청산가리를 구매해 아내를 독살했다는 주장은 황당하기 때문입니다. 청산가리에 사건을 재정리하고 자신들이 지목한 범인들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기 위해 사건을 만들어낸 정황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사법부가 강압적으로 수사를 진두지휘하고 사건을 조작한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아이큐가 일반인들에 비해 현격하게 떨어지는 이들이 항거 능력도 부족한 상황에서 검찰과 수사관에 의해 사건이 재구성되었다는 점입니다. 김명호 교수는 자신의 무죄 주장을 위해 스스로 법 공부를 하면서 문제들에 대해 대항할 수 있는 힘이라도 있지만 무지한 시골 촌로와 지적 능력이 현격하게 떨어진 어린 딸은 자신들이 왜 이런 부당함을 당해야만 하는지도 잘 알지 못한 채 그저 자책만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딸이 자신을 공범으로 지목했다는 이유로 모든 것을 자포자기하고 만들어진 사건에 주인공이 된 아버지와 판단력이 부족한 딸을 조사하며 회유해서 만들어낸 자백이 과연 정당한 것일까요? 검찰이 주장하는 모든 것들이 사실이 아님이 드러난 상황에서도 잘못된 자백이 그들의 범죄를 증명하는 절대 가치라고 주장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대중들이 느끼는 분노는 '부러진 화살'과 동일합니다. 

사법부의 권위와 편의를 위해 작위적으로 만들어진 조작된 사건과 이에 대한 반발을 자신들의 권위로 짓누르는 행위들은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김교수보다 청산가리 살인사건의 모녀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져야만 하는 것은 그들 스스로 사건에 항거하거나 무죄를 주장하기에는 너무 미약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들이 진범이라면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지적한 모순들에 대해서 검찰에서는 증명을 해야만 할 것입니다. 지적 능력이 현격하게 떨어진 그들이 정상적인 사람들도 분위기만으로도 주눅 들고 힘겨워 하는 공간에서 정상적으로 자신을 무죄를 증명해낼 수 있었느냐는 점에서 그들에 대한 조사는 처음부터 다시 되어야 할 것입니다.



[사진은 민중의 소리와 김명호 교수에게 모든 권리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