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2. 1. 11:26

서울대 도가니 사건이 중요하게 다가오는 이유

도가니 사건은 소설과 영화로 부활하며 실체를 찾아 정의가 구현된 사건입니다. 물론 아직 완벽하게 사건이 정리되었다고 보기 힘들지만 묻힐 수밖에 없었던 사건이 대중들의 힘에 의해 진실을 찾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고무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최근 석궁사건으로 알려졌던 김명호 교수 사건을 다룬 '부러진 화살' 역시 대단한 성공을 거두며 사법부의 문제에 대중들은 분노하고 있습니다.

도가니 사건의 재현, 전관예우 관행이 만든 사법부 자멸 사건




도가니 사건의 핵심은 사법부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며 범인을 옹호하고 피해자를 농락한 사건입니다. 장애인 학교에서 벌어진 파렴치한 사건은 있어서도 안 되고 묵인되어서도 안 되는 최악의 범죄였습니다. 그런 범죄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음에도 돈과 권력을 가진 가해자는 사법부를 사들여 법망을 피해갔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사법부 스스로 자신들의 권위를 바닥에 내던져 버린 사건이었습니다.

 

도가니 사건 역시 전관예우가 사법부의 판결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이번 서울대 사건 역시 '도가니'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1심에서 유죄를 받았던 피의자가 전관예우 변호사를 영입해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것은 황당할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사건은 2010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대 대학원 석사과정 재학 중이던 ㄱ씨는 자신의 논문을 지도하는 박사과정 선배 ㄴ씨로부터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며 ㄴ씨를 고소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심에서 “논문지도를 빌미로 지위를 이용해 범행을 저지른 점이 인정된다”며 ㄴ씨에게 징역 3년6월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다른 판단을 내놨다. 법원장 출신의 전관 변호사가 포함된 피의자 측 변호인단은 ‘ㄴ씨의 성기가 한쪽으로 심하게 휘어진 기형이어서 상대방의 적극적 조력이 없으면 정상적 성관계가 어렵다’는 새로운 증거를 제출했다.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지난해 12월 무죄를 선고했다.   - 사건 개요는 경향신문 신문 기사 인용

경향신문에서 밝힌 사건 개요를 보면 사건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갔는지를 명확하게 알 수 있게 해줍니다. 대학원생인 피해자는 자신의 논문을 지도하는 박사과정의 선배에게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합니다. 대학원생에게 논문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선배가 가지는 지위는 상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법원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범행을 저지른 점이 인정된다며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당연한 결과이고 자연스러운 판결이지만 문제는 2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으며 문제는 전혀 다른 지점으로 흐를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피의자는 법원장 출신의 전관 변호사를 변호인단에 영입해 말도 안 되는 이유를 근거로 무죄를 이끌어냈다는 점입니다. 과연 그 이유로 무죄를 선고 받을 수 있는지는 좀 더 세밀하게 점검을 해봐야 하겠지만 법원의 판결은 쉽게 납득을 할 수는 없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사건이 알려지면서 피해자가 연구실에서 따돌림을 받았고 지도교수가 합의를 종용했다고 합니다. 성폭행 피해자가 따돌림을 당하고 지도교수가 피의자에 대한 징계가 아닌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했다는 사실은 경악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최고 대학이라 자부하는 서울대에서 이런 파렴치한 일이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그들 스스로 부끄러워해야만 합니다.

개개인의 사건은 인간이기에 그럴 수도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지도교수가 피의자를 두둔하고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했다는 사실과 연구소에서 피해자를 따돌리는 현상은 서울대에게는 수치일 수밖에 없습니다. 지독한 남성 중심 사회의 단상과 권위주의가 팽배한 서울대 연구소의 현실은 우리 사회가 성폭행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고 있습니다.

부인과 아이까지 두고 있는 피의자가 법원에서 제시한 근거가 과연 무죄를 받을 수 있는 이유가 되는지는 어떤 식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무죄를 선고받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증명하기 힘든 상황을 두고 성폭행이 아닌 합의하에 이뤄진 행위로 치부한다는 것은 부당하기 때문입니다. 더욱 전관 변호사에 의해 만들어진 무죄라는 점에서 사법부는 다시 한 번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는 없어 보입니다.

아동 성폭행 범도 술에 만취하면 정상참작이 되어 경감이 되는 세상이니 뭐라고 할 말이 있을까요? 조작된 사건으로 진범을 잡지는 못하고 억울한 누명을 씌우는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 등에서도 법관이라는 직업이 가지는 신뢰가 사라질 수밖에 없음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도가니 사건과 서울대 대학원생 사건은 무척이나 닮아 있습니다.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강압적으로 성폭행을 하고 이런 범죄 사실을 전관 변호사를 이용해 부당한 판정을 받았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닮아 있습니다. 땅바닥에 떨어진 사법부의 권위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그들은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바른 판결을 해야만 할 것입니다. 과연 피의자와 그들 가족을 제외하고 이 판결에 수긍할 수 있는 이가 누가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