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5. 26. 13:07

여대생 청부살인 돈이 지배하는 사회의 모든 것을 보여주었다

2002년 경기도 하남 검단산에서 발견된 여대생 시체는 끔찍한 진실을 감추고 있었습니다. 당시 사회를 두렵게 만든 이 사건의 배후에는 밀가루 장사로 큰돈을 만진 00제분의 사모님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사위가 사촌인 여대생과 만나고 있다는 터무니없는 믿음이 결과적으로 충격적인 살인으로까지 이어진 사건이었습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진리다

 

 

 

 

SBS의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다룬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은 우리 사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주었습니다. 11년 벌어진 충격적인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살고 있는 재벌집 사모가 불법적으로 감옥이 아닌 호화병실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사실은 당혹함을 넘어선 모습이었습니다.

 

딸을 잃고 직접 범인을 추적해 1년 만에 중국에서 잡아 사건을 해결한 피해자 아버지는 이 황당한 대한민국이 진절머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딸을 죽인 범인을 찾는데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공권력이 1년여 동안 추격을 통해 잡아주었더니, 이제는 사주했던 살인범이 호화병실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사실은 일반적으로 이해할 수가 없는 사실입니다.

 

 

판사 사위가 자신의 딸을 뒤로 한 채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운다며, 사위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기 위해 스무 명이 넘는 인력을 동원한 재벌가 사모님. 사위의 이메일까지 실시간으로 해킹하며 집요함을 보인 그녀가 바람피운 상대로 지적한 것은 다름 아닌 사돈인 사위의 친척 동생이었습니다.

 

의문을 전화를 받고 추궁하는 장모에게 사촌 동생과 통화했다는 말이 화근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듣고 자신의 사위가 사촌동생과 불륜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확신한 이 사모는 23살 여대생에게도 2년 동안이나 밀착해서 감시하도록 명령을 내렸다고 합니다. 가진 게 돈밖에 없는 한심한 그녀로 인해 법조인이 되고 싶은 꿈 많은 여대생은 지독한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자신이 누군가에 의해 감시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법을 통해 더는 자신에게 그런 감시를 할 수 없도록 법의 보호를 받아냈습니다. 하지만 돈 권력이 지배하는 대한민국에서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법의 명령에도 그녀는 계속해서 감시했고, 그것도 모자라 새벽 운동을 나선 여대생을 납치해 폭행하고 공기총 여섯 발을 쏘는 잔인한 방식으로 살해를 사주했습니다. 

 

잔인한 살인을 명령한 이유가 그저 자신의 망상에서 시작되었음에도 마지막 순간까지 당당하기만 했던 이 사모는 감옥에서도 당당하기만 했습니다. 자신과 같은 감방에 있는 여성들이 신분이 맞지 않는 다는 이유를 드는 등 재벌가 사모인 자신이 그런 인간답지 않은 이들과 함께 수감될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1억 7천만 원을 주고 사주한 사모는 감옥에서도 두려울 것이 없었습니다. 돈이면 뭐든지 다 되는 사회에서 감옥도 두려운 곳은 아니었습니다. 돈만 주면 감옥도 재벌가 사모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공간일 뿐이었습니다. 큰 문제가 아닌 병을 가지고 감옥을 나서 호화병실에서 치료를 목적으로 도피하는 행위는 이 밀가루 재벌가 사모만은 아니었습니다.

 

수많은 재벌들의 일상적인 모습이었고, 이명박이 최측근들 역시 수많은 비리에도 불구하고 감옥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편안하게 법을 우롱해왔습니다. 법은 오직 가진 것 없는 이들에게는 가혹했지만, 가진 것이 많은 이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바로 법이었다는 사실은 재벌들과 정치꾼들의 범죄에서 잘 드러나 있습니다.

 

방송에서 살인 사주범이었던 그녀가 특혜를 받을 수밖에 없었던 병명들을 추적해내는 과정은 씁쓸했습니다. 의사가 돈을 받고 신념을 팔고, 이를 통해 감옥이 아닌 초호화 병실에서 느긋하게 생활을 하는 살인범의 모습은 충격이었습니다.

 

한 방송에서 촬영했던 장면에서 그녀는 홀로 걸어 다니며 호화 병실에서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방송사 카메라가 등장하자 갑자기 손이 떨리며 사는 것이 사는 게 아니라는 거짓말을 거침없이 하는 파렴치한 모습은 경악스럽게 했습니다. 무고한 여대생을 잔인하게 살해하도록 사주하고도 반성은 고사하고 법마저 우롱하며 호위호식 하는 이 한심한 작태가 바로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는 사실이 우울함으로 다가옵니다.

돈도 권력도 없는 이들에게는 정당한 방법을 동원해도 중증의 병마저 치료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돈 많은 이들에게는 교도소에서 치료가 가능한 간단한 병도 생사를 오가는 중병으로 둔갑해서 검사의 허락을 쉽게 받아냅니다. 그 모든 것을 결정한 검사는 인터뷰도 거절한 채 방송이 되기 직전에 문제의 여성을 다시 감옥으로 돌려보내는 것으로 자신들의 할일은 다했다는 식입니다. 

"그동안 유방암, 파킨슨병 등을 이유로 윤씨의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료진의 소견이 있었지만 최근 진료기록과 의료진의 의견 등에 근거해 윤씨의 수형생활에 지장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최근 의료진이 윤씨의 유방암이 사실상 완치되고 파킨슨병은 별다른 증세가 없다는 진단을 내렸다. 허락 없이 병원에서 마음대로 퇴원, 입원한 것도 형집행정지 취소 사유가 된다"

<그것이 알고싶다>가 방송되면 그녀를 비호한 자신들에게도 불똥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한 서부지검은 급하게 보도 자료를 통해 살인마 윤씨의 형집행정지를 취소하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취재기간 동안 철저하게 취재진을 외면하던 그들이 방송 날짜를 확인하고는 의도적으로 방송 직전에 형집행정지를 취소한 행위는 파렴치할 뿐입니다.

 

피해자 하씨가 최근 다음 아고라에 '살인교사죄 윤모씨의 형집행정지를 위한 쇼를 용서할 수 없다'는 글로 문제를 지적했음에도 좀처럼 움직이지 않던 그들이 어쩔 수 없이 이런 결정을 한 것은 자신들의 잘못을 어떻게든 감추겠다는 의도 외에는 없습니다.

 

윤씨의 수발이 되어 과장된 진료기록을 작성해 호화생활을 가능하게 했던 의사들은 자신들은 아무런 죄가 없다며 화를 내는 모습은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검사와 의사, 경찰 등 사법기관과 사회적 지위를 가진 자들이 돈 앞에서 정의는 존재하지도 않았습니다.

 

억울하게 죽어야 했던 하씨의 집안도 재벌 임원을 지낼 정도로 넉넉한 생활을 하던 곳이었습니다. 그 정도의 재력과 사회적 능력까지 가진 그들조차도 이런 억울함을 느껴야 한다는 사실은 절망적입니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서민들은 돈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그저 단순한 도구 정도로 전락해 있음을 느끼게 했으니 말입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는 진리입니다. 돈이 모든 권력을 손에 쥐었고, 그런 권력에 의해 부정이 일상이 되어버린 대한민국의 현실을 이번 여대생 청부살인 사건을 재조명한 <그것이 알고싶다>는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불합리함을 바로잡으려 노력하지 않는 현 권력이 국민들을 더욱 경악스럽고 두렵게 한다는 사실은 씁쓸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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